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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사람 Feb 06. 2024

스페인에서 인생 3막

이번엔 스페인이다.

나는 50대에 막 들어선 평범한 가정주부.

그런데 좀 별난 남편 덕분에 국제 이사를 몇 번 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싱가폴로 이직을 하게 되어서 싱가폴에서 5년동안 살다가 좀 적응할 만 하니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번엔 다시 독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남편은 한 직장,  한 도시, 한 나라에서 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뭔가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인지 몇년 주기로 그렇게 나라를 옮겨 다니며 직장을 옮겼다.

독일에서는 그래도 10년을 넘게 살았다. 이제는 아이들도 컸고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해야하니 그전처럼 막 옮겨다니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또 좋은 공동체, 좋은 친구들을 만나 타국 타향이지만 제 2의 고향처럼 뿌리를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남편은 처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해보기도 하고 또 다른 나라, 다른 분야의 직장에 취업해서 한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보기도 하고 그러다 또 혼자 지내는 건 힘들었는지 다시 독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 10여년 동안에 아이들이 다 컸고, 성년이 되었고 대학으로 군대로 갑자기 뿔뿔이 찢어져 집을 나갔다.

이미 예정되었던 일들이라 몇년전부터 마음의 준비도 하고 ‘빈둥지 증후군’같은 증상이 올 지도 모른다고 미리 예방주사도 맞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뒤 그동안 전업가정주부로 아이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던 내 삶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것인가 조금씩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맞춰 남편이 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번엔 어느 나라로 가볼까?”

이런 농담같은 말로 슬슬 시동을 걸던 남편이 몇차례 입사지원과 인터뷰를 하더니 결국 스페인으로 최종 결정.

- 뭐라고? 이번엔 스페인이야?

- 야! 대단하다. 네 남편 능력자다.

가족, 지인들의 비슷비슷한 반응들.    

성향에 따라 어떤 이들은 나를 걱정하고 염려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부러워도 했다.


나는 원래 좀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선호하는 편이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 성향의 나에게 매우 도전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남편의 이런 행보는 어쩌면 참 힘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살던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을 떼어놓고 수천 킬로미터씩 이사를 해야할 때마다 신기하게도 나 자신도 걱정과 두려움속에 한 점 설렘을 발견하는 걸 보면 내 안에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아무튼 이번에도 걱정반 설렘반... 아니 이젠 걱정도 설렘도 아닌 ‘하나님께서 또 어떤 삶의 장을 예비해 두셨을까?’하는 기대와 약간의 염려를 안고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스페인 땅을 밟은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나와 남편은 스페인어 알파벳도 읽을 줄 모르는 스페인 깜깜이다.

언어는 물론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한다. 미션과 도전에 가까운 삶이다.

그래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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