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나조 시대 3번의 그랜드슬램 우승 스탄더맨 바브린카
상남자 바브린카의 마지막 호주오픈 출전
조코비치보다 2살이나 많은 85년생 스탄 바브린카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동시대를 뛰며 경쟁했던 앤디 머레이와 라파엘 나달이 지난해 은퇴를 발표했지만 스탄 바브린카는
묵묵히 투어를 뛰며 아직 녹슬지 않은 백핸드 위너샷을 상대방의 코트 깊숙이 날렸다.
하지만 바브린카도 결국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랜드슬램 3회 우승자는 더 이상 와일드카드를 받지 않고선 그랜드슬램에 자력으로 올라가기 힘들었고, 체력적으로도 조금씩 힘에 부치며 작년 말 40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호주오픈에 와일드카드를 부여받았는데 바브린카의 20번째 호주오픈 출전이었다.
2014년 라파엘 나달을 꺾고 28살의 나이로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대기만성형 스타 바브린카
그의 1라운드 상대는 투어에서 잔뼈 굵은 선수인 라슬로 제레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바브린카가 1세트를 제레에게 내주며 혹시나 초반 탈락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려도 잠시, 전성기 못지않은 폭발적인 파워를 보여주며 경기를 리드해 나갔고 3:1로 가볍게
2라운드에 진출하며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줬다.
또 다른 은퇴예정자인 가엘 몽피스는 1라운드에서 데인 스위니에게 패배하며 조금 일찍 작별인사를 고했다.
바브린카와 몽피스라는 두 걸출한 스타의 은퇴 예고로 호주오픈에서 올드보이들이 관심을 받았다.
바브린카의 셔츠 깃 체크무늬의 의미
바브린카 커리어에서 가장 상징적인 승리는 2015년 롤랑가로스 결승전일 것이다.
대회 8강에서 마침내 라파엘 나달을 꺾고 결승에 오른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 조 알프레드 송가를 연달아 이기고 첫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른 스탄 바브린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노박 조코비치의 롤랑가로스 첫 우승을 예상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상한 붉은색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나온 바브린카의 원핸드 백핸드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엄청난 수비력을 가진 조코비치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파워 넘치는 샷이 끊임없이 날아왔다.
그야말로 작두를 탄 듯한 바브린카의 신들린 샷에 조코비치는 다시 한번 필립 샤트리에 스타디움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고, 붉은색 체크무늬를 입은 장사 체형의 스위스 상남자 바브린카가 두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브린카의 우승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던 붉은색 체크 반바지.
비록 아재패션으로 많은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바브린카에게는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소중한 바지일 것이다.
호주오픈에서 바브린카가 입은 상의 깃의 붉은색 체크무늬를 보는 순간 설마?라는 마음이 들었다.
가장 빛났던 때 입었던 체크무늬를 은퇴를 앞두고 다시 입게 된 바브린카!
1978년 캔 로즈웰 이후 그랜드슬램 최고령 3라운드 진출자
체크무늬의 힘 때문이었을까? 최근 5년 동안 호주오픈에서 2라운드 이상 올라가지 못했던 바브린카는
1라운드 제레를 꺾고 2라운드에서는 무려 20살 차이 나는 프랑스의 아르튀르 헤아(세계랭킹 198위)를 만나게 된다. 아르튀르 헤아는 2005년생으로 올해 21살의 신성이다.
헤아는 1라운드에서 레헤치카를 상대로 승리하며 대회 초반 대이변을 만들었고 그 기세를 몰아
생애 첫 그랜드슬램 3라운드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전노장 바브린카는 마지막 호주오픈 경기를 2라운드에서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1:2로 뒤진 4세트 바브린카는 5:5 상황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운명의 5세트 두 선수는 각자의 서브를 다 따내며 6:6을 만들었고 10점 타이브레이크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바브린카가 주도권을 가져가며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헤아의 포핸드가 라인을 벗어나면서 4시간 33분의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바브린카는 2023년 US오픈 이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3라운드에 진출했고,
1978년 호주의 레전드 캔 로즈웰 이후 그랜드슬램 3라운드에 진출한 최고령 선수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Maybe I’ll pick up a beer,” he joked. “I deserve one.”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바브린카는 자정이 넘을 때까지 경기를 지켜본 멜버른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바브린카는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 거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맥주나 마실 생각이라며
자신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위트 있는 농담을 날렸다. 역시 바브린카다운 답변이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바브리카의 강력한 원핸드 백핸드는 상대를 당황시키는데 충분했고
승부에 대한 투지는 전성기 못지않게 불타올랐다.
바브린카의 모습을 내년 호주오픈에서 볼 수 없다는 게 벌써 아쉽게 느껴진다.
이어진 3라운드 세계랭킹 9위 테일러 프리츠와의 경기에서도 바브린카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며 세트를 따냈고 비록 패배했지만 호주오픈 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바브린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수고했고 올 한 해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Thank you Stan the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