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테니스 이게 맞아?
라켓과 장비를 사고 자신감에 불이 붙은 나
입문과 동시에 포핸드와 백핸드만 배웠던 3개월의 지난한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사람처럼 포핸드를 치게 됐고 백핸드도 곧잘 네트 위로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곧 발리와 스매시도 배울 수 있겠지? 곧 게임도 할 수 있겠지 희망에 찬 하루하루를 보냈고
여전히 혼나긴 했지만 점차 레슨 받으러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3개월 동안 코치님의 애증의 대상은 단연코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잔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조금씩 칭찬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치님의 칭찬은 레슨 재등록 기간을 의미했는데, 잘하네 라는 칭찬에 어깨가 절로 올라가며 보다 자신 있게 포핸드를 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테니스는 너무 어려운 운동이었고 3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맞추는 공보다 빚 맞는 공이 훨씬 많았다.
실력을 늘리기 위해 레슨 외에 유튜브 강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관련 서적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 경기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는데 로저 페더러의 포핸드와 백핸드를 보며 저게 바로 테니스구나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내가 찍은 영상 속 내 모습은 그저 봉산탈춤을 추는 한낱 광대에 불과했고, 슬로모션인 듯 너무나 느린 공에 속이 점점 답답해져 왔다.
코치님에게 테니스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하냐고 아무리 여쭤봐도 돌아오는 답은 테니스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며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공을 칠 수 있을 거란 뻔한 답이었다.
하지만 테니스를 치다 보니 이 말이 결국 정답이더라.
아무리 조급해봤자 테니스 실력이 갑작스레 올라갈 일은 없었고,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몸에 무리가 생겨 그만두거나 테니스 자체가 질려버리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레슨을 시작하고 약 6개월까지가 정말 힘든 인고의 시간인 것 같았다.
포핸드도 제대로 못 치는 초보자가 게임을 하기엔 너무 실력이 부족하고
레슨만 받기엔 성에 안 차고, 빨리 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연습할 수 있는 장소도 없고
같이 쳐줄 사람도 없는 삭막한 현실을 마주하면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 확 식게 된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레벨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존버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비슷한 상황의 초보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테니스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라 대부분의 입문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평소 게임을 할 때 레벨 1부터 보스급 몬스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레벨 낮을 땐 약한 몬스터를 잡아가며 일명 막일로 일정 수준 레벨을 끌어올리듯이 테니스도 어느 정도 레벨까지 가기 위해 분명 참고 버텨야 할 기간이 있다. 그 반복되는 기간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져서 중간에 탈출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그 기간만 지나면 너무 재밌고, 인생 취미가 될 수 있는 운동이 테니스다.
나도 포핸드와 백핸드만 주야장천 기계처럼 반복한 3개월의 고비를 넘기니, 테니스가 점점 재밌어졌고 테니스장 가는 언덕길을 오르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