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문
자가 격리하는 동안 우리는 매일 30분씩 채팅을 하였다. 마치 강박증 환자처럼, 그녀는 비슷한 시간에 나타나 어김없이 시간을 채우고 사라졌다.
그동안 날이 갑자기 무더워지고 여인들의 옷이 삽시간에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녀가 보내는 사진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나는 최근 사진을 요구하였지만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시간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그래도 언젠가는 보내 주실 거죠?”
“네 조만간에.”
“아주 섹시한 걸로…. 헤헤헤.
”그건, 좀 더.“
그동안 우린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
“당신에게 키스해도 될까요?”
“하지만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그냥 말로만 하는 거죠. 괜찮죠?”
“네”
“kiss you.”
“yes”
“all over.”
“What?”
“너의 모든 곳에 키스를…. 헤헤헤” 그리고는 다양한 하트 이모티콘을 날리곤 하였다.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나는 친구 이상의 감정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를 ‘my lady'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두서없이 채팅을 이어갔다. 딱 하루에 30분이라는 것이 점점 조급하게 다가왔다. 재치가 번듯이는 답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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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첫 출근. 나는 고속열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간 뒤, 마중 나온 회사 차량을 이용해 20분을 더 달려 회사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독일 시골의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숲이 끝나면 벌판이 나타나고, 그 끝자락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보이다가 어느새 상가나 사무실, 꽤 높고 잘 보이는 교회가 있는 광장이 나타났다.
우리는, 물푸레나무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어느 사무실 건물 앞에 주차했다. 그리고 사장을 만나 체면치레의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그는 편한 반바지에 낡은 슬리퍼를 찍찍 끌며 모든 직원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사장의 차를 타고 내가 근무하게 될 공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관리자로 일할 것이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우리는 지나치게 넓은 공터와 꽤 높은 공장 건물 앞에 도착했다.
“사실, 이 공장 계약할 때만 해도 너무 넓어서 무척 망설였는데…. 지금은 여기 옆에 같은 크기로 하나 더 지으려고 합니다. 하하하….” 그는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제라늄 화분이 일렬로 길게 늘어선 복도를 지나, 마침내 공장의 전경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여러 갈래로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 혹은 선반 주위로 직원들이 옹기종기 달라붙어 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큰 문이 보이는 입구 쪽에는 포장된 물건을 팔레트에 싣고 있고, 그 주위로 지게차가 부산하게 오고 갔다.
“저 직원 대부분이 중국인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현지인을 채용했었죠. 하지만 인건비 감당이 안 돼요. 게다가 우리의 주요 시장이 이제는 중국이잖습니까. 발 빠르게 중국에 진출한 게…. 신의 한 수였죠. 이제 우리의 큰손은 중국 졸부들입니다.” 그는 경박스럽게 코를 킁킁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저 친구들은 근무시간도 길어요.”
“어느 정도인가요?”
“15시간요”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1시부터 2시까지.”
“그러면….”
“네, 그렇죠. 거의 잠만 자고 일만 하는 거지.”
“그리고 한 달에 딱 한 번 놀아. 시간당 임금을 받으니 잘 안 놀려고 그래.”
“뭐 사실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해봤자 우리나라 직원보다는 턱도 아니게 작은 임금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정글의 법칙이 그러한 것을….” 그는 연신 코에 손을 갖다 대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중국인이 이탈리아에서 만든 명품을 중국인들이 여기에서 포장하고 운반하여 중국에 판매하는 거지. 그리고 돈은 이탈리아, 독일, 우리가 벌고.“
우리는 천천히 철계단을 이용해 현장으로 내려갔다. 가까이서 보니 작업 속도가 무척 빨랐다. 그들은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한가지 조심할 사항은….”
“절대 타이르지 말고 자비를 베풀지 말라는 거지. 그냥 명령만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기어오르려고 할 거예요.”
“...”
“아직 공산주의 사상에 길들어서 그런 것 같더라고….”
“딱 한 사람, 매니저 말만 들어. 그 외에는 전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몇몇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지나쳤다. 우리는 그들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어떤 여직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돌아가며 여러 직원에게 뭔가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오래 근무한 친굽니다.” 사장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마디로 여기 실질적인 리더라고 보면 됩니다. 만능 꾼이에요. 4개 국어를 합니다. 저래 봬도. 중국어, 한국어, 영어, 독어. 거의 모든 통역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 김 부장님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
여인이 우리를 알아챈 듯, 목에 감긴 녹색 수건을 풀어 젖히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은 얼굴. 둥근 안경. 아담한 체구.
나는 발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티 없이 맑은 미소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 수척했다. 나는 머쓱한 상태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때, 사장이 내게 속삭였다.
“한 번씩 저녁 사주고 분윳값 정도만 주시면 아주 정성스레 잘해 줄 거예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저 친구 돈이 아주 궁하거든요.”
Lyrics
It's always this year's gift
Is it ever what I wanted?
Was I unhappy living in the past?
Has my growth been that stunted?
When to be ashamed is to be defined
And all this self awareness, the blind led by the blind
An empty conscience is sensitivity
I have to pretend I'm overcome with humility
It always comes on time
Not a second before the instant
But this year I think I'd rather be a relic
Than part of the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