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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Jan 22. 2023

Nothing Compares 2 U

사랑, 산문

https://youtu.be/0-EF60neguk


“그저 지탱할 만큼만 무겁기를 바랄 뿐이에요.”     

“삶을 감당할 힘이 점점 옅어지고 있거든요. 초면에 송구스럽지만.” 나는 juliadream이 보낸 메시지에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머릿속 회로에 때가 낀 듯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뭐지?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최근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나는 결국 평범한 메시지를 띄우고 한동안 화면을 쳐다봤다.      

최근에는 드문 행동이었다. 다양한 하트 이모티콘을 쑥쑥 날리고는, 답장받는 대로 사랑 타령이나 야한 이야기로 응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뇨, 그런 거는 아니고요. 항상 안 좋을 뿐이에요. 아무튼, 고마워요. 걱정을 해주셔서.” 얼마 동안 기다린 걸까? 다시 머리가 굳어졌다. 답장을 미룬 채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다.


“죄송해요. 쉬는 시간이 다 끝났어요. 내일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시계를 봤다. 얼추 오후 2시가 되었다.


다음날, 오후 1시 반쯤 그녀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바람속의먼지님. 별일 없으시죠?”     

“한글 엄청나게 잘하시던데, 언제 배웠어요? 학교에서?”     

“한국인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5년 동안. 그리고 조선족이에요.”     

“그럼, 영어와 독일어는?”     

“영어 선생이었어요. 중국에 있을 때. 그리고 독일 남자친구와 3년 정도 살았어요. 여기에서.”     

“그런데, 혹시 자살하려는 거는 아니신 거죠?”     

“하하하, 자살할 수도 없어요. 아기가 있어요. 네 살 된.”     

“아빠는?”     

“휘리릭….”     

“네?”     

“그냥 사라졌어요. 어느 날.” 그녀는 사진을 보내왔다. 아기를 품은 모습. 티 없이 맑은 미소.     

“혹시 아기의 아빠가 될 사람을 찾는 건가요?”     

“아뇨, no desire to the relationship.”     

“아, 맞다. 제가 깜빡했네요.”     

“아뇨, 제가 죄송해요. 그냥 하루에 한 번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요. 아주 외롭거든요.”     

“그럼, 차라리 가까이에 있는 친구를 사귀는 편이….”     

“죄송해요. 시간이 다 되었네요. 그럼 다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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