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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08. 2024

착한 남봉근 사장의 슬픔 #3

그들의 식탁에는 어김없이 보드카와 콜라, 고기가 놓여 있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처럼 보드카의 나라였다. 독한 술은 기대 수명을 대폭 낮추었다. 특히 남자는 60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여성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가난한 여초 나라. 그러니 여자가 집안을 책임지는 경우가 높았다. 그녀들의 삶이 더욱 고단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남봉근은 결심을 굳히고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국제결혼 정보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의 예비 신랑 중, 나이는 많지만 성실하고 착한 사람 위주로 선발해 폴란드로 초청했다. 그리고 그는 우선, 회사 직원 중 국제 결혼 신청자를 받았다. 대부분 여직원이 손을 들었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었다. 90%가 넘는 성사율을 나타냈다. 이에 고무된 남봉근은 폴란드에 국제결혼 정보 회사를 정식으로 발족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특히 폴란드 인근 동유럽 국가 출신 여성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신중하게 여성들을 선별했다. 미모보다 인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남자와 여자는 대립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이므로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사회는포용과 용서너그러움과 따스함을 보편타당한 가치로 지녀야 한다는 점을 그는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남봉근 사장의 국제결혼 회사 소식은 한국에도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가뜩이나 수조 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0.7 로 고민하던 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남봉근 사장의 인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날이 치솟았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 한국 남자의 국제결혼에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내던 일부 극단 페미니스트 커뮤니티가 몇몇 편향적인 언론과 손잡고 남봉근 사장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처음은 한 우크라이나 신부가 결혼 한 달 만에 잠적한 사건이 발생하고부터였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커뮤니티에 <영악한 우크라이나 여자와 멍청한 한국 남자>를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불씨는 남봉근 사장의 인스타그램으로 번졌다. 그의 사진들. 매일 저녁 고급 레스토랑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직원과 찍은 그 사진들. 그는 어느새 비싼 밥 사주고 불쌍한 우크라이나 여직원을 꼬드겨 온갖 추잡한 짓을 일삼는 “난봉꾼”으로 변했다.     


착한 남봉근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리고 그는 살기 위해 다시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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