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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08. 2024

착한 남봉근 사장의 슬픔 #2

그는 쉐프의 조언대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갔다. 그곳 중앙역 근처 담락 거리에 있는 감자튀김 맛집 마네켄피스(MannekenPis)를 직접 구경했다. 과연 소문대로 관광객들이 작은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품목은 단 하나, 감자튀김 포장 판매. 하지만 소스는 수십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 유럽인들은 자신만의 소스를 늘 고집합니다.”     


브로츠와프로 돌아온 그는 쉐프와 함께 소스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각종 튀김을 연구했다.      


몇 달 뒤 그는, 저축한 돈을 몽땅 털어, 브로츠와프 시내 중심가에 포장 판매 튀김 전문점을 개점했다. 예쁘고 날씬한 우크라이나 여직원을 두 명 고용하여 댄스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다양한 한국식 튀김을 즉석에서 데워 소스와 함께 제공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불티나게 튀김이 팔렸다.     


소문은 삽시간에 유럽 한인 사회에 번졌다.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프랜차이즈 제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하여 직영점만 고집했다.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를 깐깐하게 체크하고 직원들의 복지와 교육에 힘을 쏟았다. 일 년 사이 직영점은 스무 개로 늘어났다. 그는 매일 매장한 곳씩 방문하여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겼다. 특히 직원들의 복지에 귀를 기울였다.      


고국을 떠나 폴란드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여인들의 상당수는 소녀 가장이었다. 고향에 부양할 자식 혹은 형제, 부모들이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상황과 비슷했다. 착한 남봉근 사장은 그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러므로 직원들 사이에 돌싱 사장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이때쯤 그의 즐거움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거였다. 남봉근은, 그날 방문한 매장이 클로즈하면, 근처 좋은 식당으로 그들을 초빙하여 제법 값비싼 음식을 제공했다. 왜냐하면 직원들 대부분이 싸구려 패스트 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남봉근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모두를 가감없이 사랑한 시기였다.     


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덩달아 인기를 끈 게 있으니 바로 한국 남자였다. 안 그래도 K-팝과 K-드라마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치솟던 시기에 좋은 한국인 사장 밑에서 근무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직원들에게 한국 남자는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선한 남봉근이 이를 보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우선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파악하고자 주요 도시를 여행했다. 키이우, 도네츠크, 드니프로, 하르키우, 리비우, 오데사, 자포리자를 차례로 방문하여 유심히 그들의 삶을 살폈다. 그가 방문한 시기는 아직 전쟁 전이었으므로 도시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거리의 모습은 우리나라 70년대와 흡사했다. 낡은 차와 버스, 전철이 돌아다녔고 건물은 허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팍팍한 그들의 삶이 피부에 와닿았다. 그리고 식당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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