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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21. 2024

흥민 빌라 404 #5

어두운 이야기

아무튼 나는 회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방 시스템의 핵심 기능 – 노래 반주에 맞추어 가사 자막에 표시하기, 노래 실력에 따른 점수 산정하기 –을 담당하게 되었고 훌륭하게 개발을 마쳤어. 그리고 곧 우리 회사는 온라인 노래방 1위 자리를 차지했지. 나의 천재성이 빛을 발한 순간이지.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나는 곧바로 팀장으로 발탁이 되었어. 사장이 나를 끔찍하게 아꼈지. 어느 정도였냐고?     

우선 사장이 온라인 노래방을 기획하게 된 이유부터 잠깐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 왜냐하면 그의 성향이 내 인생의 망가짐에 기초 자양분이 되었거든. 그러니까, 그거야. 사장은 음주·가무를 좋아했어. 즉, 노래방을 즐겼지. 그러다 어느 날 떠오른 거지.      

‘아! 이 좋은 노래방을 인터넷으로 매일 공짜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장의 생각을 고스란히 실현해 줄 위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어. 즉, 나 이전에 몇몇 개발자들이 만들기는 하였지만, 내가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말하자면, 완전 개판이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개발 보다 관리자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스템. 바로 그런 거지. 나의 전임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관리자를 악몽으로 끌고 갔거든.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노래 가사의 싱크를 일일이 사람이 듣고 맞추어야 했어. 한마디로 우스운 거지. 그게 무슨 시스템이야? 그냥 쌩 노가다지!     

하지만 나의 시스템은 완전 자동이었지. 즉, 음원과 가사를 구매해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만 하면 곧바로 싱크율 100%의 노래가 관련 동영상과 함께 흘러나왔지. 그러니 사장이 나를 끔찍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 게다가 대규모 IT 전시회장에 출품한 우리 노래방 시스템이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투자 문의가 이어지기 시작한 거지. 그야말로 나는 삼국지의 제갈공명 같은 존재였던 거야!     

이듬해 회사를 강남역세권 신사옥으로 옮겼어. 회사 직원도 40명으로 갑자기 불어났지. 나는 최연소 개발 이사가 되고 빵빵한 스톡옵션을 보장받았어. 그렇게 되자 배가 부른 사장은 그이 취미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변질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의 동반자로 내가 뽑힌 거지. 그래, 그런 거야. 운명적으로 그렇게 엮이게 되어 있는 거였지. 이제 너도 나에 대해 제법 많이 알고 있잖아. 그래. 나는 숙맥이고 여자 경험도 거의 없고 그저 푹신한 의자에 처박혀, 일반인들이 보고 있으면 현기증에 두통까지 쏟아질 만한 복잡하기 그지없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빠져, 늘 날이 밝을 때까지 일만하고 있었지. 그런데 사장이 유혹한 거야. 같이 놀자고.      

그래, 그래서 시작한 거야. 강남의 초호화 룸살롱 탐방 말이야. 정말이지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여인들이 내 곁에 찰싹 달라붙어 갖은 애교로 회삿돈, 아니지, 투자자의 돈과 나의 영혼을 쪽쪽 빨아먹었던 거였어. 사장과 나는 궁 짝이 정말 잘 맞았어. 둘 다 여자에게는 환장했거든. 사실 나는 그럴 만했잖아. 너도 잘 알다시피.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했잖아. 그러니 몸이 먼저 느낀 거지. 그러니 남의 돈 쓰는데 있어서 우리는 망설임이 없었어. 쾌락과 향락, 퇴폐와 원초적 본능의 일 년이 그렇게 흘러간 거야.      

하지만 문제가 있었지. 그것도 아주 큰 문제가. 우리의 노래방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무료였어. 물론 최신 유행곡을 선택하면 월정액을 받았지. 하지만 유료회원의 수는 턱없이 작았어. 할 수 없이 화면에 광고를 넣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어. 즉, 시스템은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하지만, 태생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인 거지. 게다가 사장의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이 더해졌으니…. 투자자의 돈이 일 년도 못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거였어.      

사장의 고민이 깊어졌지. 그러다 내가 제안을 했어. 아주 솔깃한 걸로 말이야. 사장과 나. 즉,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온라인으로 고대로 이식하고 최대화할 수 있는 거였지. 딱 한 가지, 이게 불법이라는 것만 빼면 완벽한 제안이었어. 그래, 마저. 인간의 기본 욕구를, 도파민 극대화를 이처럼 즉석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는 이 작업을 아주 은밀하게 시작했어. 개발실을 시 외곽 외딴곳에 두었지. 그리고 내가 신뢰할 만한, 즉 입이 무겁다고 확신할 수 있는 개발자만 따로 초청했어. 그렇게 우리의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교활한 작업이 시작된 거였어. 우리는 이 시스템을 <노예팅>이라고 불렀어. 좀 더 정확한 용어로 하자면 <음란채팅>이 되겠지. 물론 세상에 드러낼 때의 이름은 확 달라질 거야. 아주 온화하고 건전한 이름으로 말이야. 예를 들면 <행복팅> <친밀팅> <사랑팅> <해피팅> 등등.     

우리 개발팀은 4개월의 개발과 1개월의 테스팅을 거쳐 완벽한 화상채팅 시스템을 결국 완성했어. 정말이지 내가 봐도 자랑스러운 결과물이었어. 나는 우리 시스템이 시범 운영을 하던 날 너무 좋아 눈물까지 쏟을 뻔했어. 다만 한가지. 나의 이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당당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지.      

아무튼 시스템이 준비됨에 따라 사장은 두 번째 필요 작업을 시작했어. 바로 여자 공급이었지. 하지만 사장에게 이건 무척 쉬운 일이었어. 그동안 전국의 숱한 룸살롱에 뿌려놓은 종자가 엄청났던 거야. 그쪽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통하여, 거의 한물간 여자, 인물이나 몸매가 좀 달리는 여자, 중국의 조선족 혹은 백수로 놀고 있는 여자들까지 은밀하게 모집하였어. 그리고 폐업한 피시방을 인수하여 칸막이를 설치하고 각 방에 여자를 한 명씩 배치했지.      

마침내 우리의 노예팅 아니, 행복팅이 오픈하였어. 결과는? 우리가 기대한 그 이상이었지. 하하하.      

화상 채팅에 참여한 남자가 지급하는 돈의 액수에 따라 여인들이 걸친 옷 가짓수가 달라졌지. 그리고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프라이빗 채팅으로 전환이 되면서 진정한 음란채팅이 완성으로 치닫는 거였어. 그야말로 돈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나와 사장은 관리자 화면에 실시간으로 찍히는 금액을 쳐다보며 감탄과 경탄을 금치 못했지.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     

‘참, 세상에 바보가 이렇게 많다니~’     

사실 내가 보기에는 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거였거든. 저게 뭐라고? 그냥 액정 화면에 

벗은 여자가 남자 시킨 데로 흉내 내는 것뿐인데 그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돈을 쓰는 걸까?

그냥 야동을 보면 될걸? 왜 저러는 걸까요?     

아무튼 우리는 신이 났지. 사장과 나의 은밀한 취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실탄을 받은

거니까. 우리의 퇴폐 향락은 더욱더 탄력을 받고 서서히 그 끝은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거야. 또 한 번의 쾌락과 향락, 퇴폐와 원초적 본능의 일 년이 그렇게 흘러간 거야.      

하지만 그거 알지? 시간은 세상을 드러내는 도구라는 거. 그거 어디선가 들어보지 않았어?      

어둠에 갇힌 채, 마냥 지하 깊숙이 숨어 있을 것 같은 우리의 노예팅 아니 행복팅은, 하지만 온라인 특성상 그 인기만큼 세상의 전면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결국 많이 이들이 꼬리를 물고 이 새로운 시스템에 발을 들이면서 우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거지.     

즉, 인기가 오르며 오를수록 우리의 지갑은 두둑해지지만 동시에 우리의 위험은 그만큼 가파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야. 전국의 관할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다는 거는 불을 보듯 빤한 거잖아? 알잖아? 사이버 수사대는 지역 경계가 없다는 거. 즉, 창원 경찰이 서울 용산 사무실을 덮칠 수도 있거든. 그러니 전국의 숱한 사이버 수사대가 나의 찬란한 시스템에 접속해 기웃거리고 있었던 거지. 뭐 실제로 우리 행복팅을 이용한 경찰들도 제법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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