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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21. 2024

흥민 빌라 404 #6

어두운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그래서 나는 내 졸개에게 한가지 명령을 하달했지.     

그게 뭐냐고? 그건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사이트를 만드는 거였어. 우리의 목표는 1,000개의 사이트. 얼핏 보면 꽤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세상에 이것만큼 쉬운 것은 없지. 개발자들의 영원한 행복 키워드. 바로 Ctrl + c (복사), Ctrl + v (붙이기) 인 거지. 그래 그거야. 그냥 사이트 소스 복사해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덮은 다음, 도메인에 붙여 넣기만 하면 그만이지. 디자이너 작업 한 두어 시간, 도메인 작업 대략 한 십 분 정도. 그래 이 정도면 훌륭한 사이트 하나가 탄생을 하는 거지. 그저 우리는 도메인만 열심히 검색해서 사면 되는 거였어. 즉, 하나의 뿌리에 – 우리는 이것을 전문 학술용어로 데이터베이스라고 하지 – 천 개의 가지가 생기는 거지.      

결국, 우리는 일 년 새 천 개가 넘는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지. 경찰의 눈을 분산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야.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하다가 일부 몇몇 사이트가 인기를 끌어 전면에 뜨거나 그 결과 경찰의 수사를 받는 낌새가 느껴지면 우리는 가차 없이 그 사이트를 폐쇄하는 거지. 그러면 그 홈페이지를 애용하던 멍청이들은 잠시 혼란에 빠지겠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 왜냐하면 우리 시대 최고의 선물, 검색의 일인자 구글이 알아서 유사한 사이트를 안내하게 되어 있거든. 그리고 노예팅 회원들은 곧 알게 되지. 자신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고스란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적립금도 남아 있고 찜해둔 여인들도 똑같다는 것을…. 그러니 세상의 바보들은 다시 우리 사이트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거든.     

그런데 왜 그 좋은 회사를 그만두었어?     

어? 내가 그만둔 것을 너가 어떻게 아는 거야?     

당연히 알지. 이 바보야! 우리가 어디 하루 이틀 만난 사이야? 우리가 나눠 마신 술병만 널어놓아도 마장동까지 가겠다.      

아! 그렇지! 헤헤헤. 미안해. 요즈음 머리가 텅 비어서 그런지 자꾸 잊어버려. 아무튼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연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행복팅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갈게. 아직 마무리된 게 아니거든.     

아, 미안해. 그래 계속해.     

너가 비전문가이니까 내가 아주 쉽게 설명해보게. 그러니까 이런 거야…. 같은 뿌리에서 자란 천 그루의 아카시아. 비유하자면 그런 거야. 우리 사이트 말이야. 그런데 경찰들도 우리 사이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면서 느끼는 거지. 아니 깨달을 수밖에 없지. 사이트의 디자인과 이름, 도메인은 달라졌지만 늘 같은 아이디, 변함없는 적립금 기록, 같은 여자 등등…. 즉 우리가 아무리 많은 사이트를 개설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그들도 알게 된다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뭐 해결책을 찾은 거야?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겠어.      

그래서? 어떻게 한 거야?     

팔았지. 솔루션을. 우리 행복팅 솔루션을 돈을 받고 분양한 거지. 하나당 일억씩.      

와! 일억이나 받고 팔았다고? 그거 너무 비싼 거 아냐?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이 뭐겠어? 수요와 공급의 법칙. 공급이 달리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지. 우리 노예팅을 사겠다는 인간들이 엄청 많은 거야. 물론 그 소비자들은 대부분 질이 안 좋은 부류지. 즉, 음지에 숨어서 돈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종류의 집단들이지. 잘 알잖아? 그런 쪽에 한동안 몸담고 계셨으니 어련하겠어.     

그러니까 자네 솔루션을 사 간 사람들이 조폭, 사채꾼, 사기꾼, 노름꾼, 여자 장사꾼 뭐 이런 애들이라는 거지?     

정확히 그렇지. 어둠의 자식들. 그들은 비상하게 돈 냄새를 잘 맡거든. 한 달에 평균 10개씩 우리 솔루션을 팔아 재꼈어.      

와! 그럼 한 달에 10억씩 통장에 꽂히는 거네. 그것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돈으로.     

그렇지. 완전 현찰 박치기지. 어떤 때는 사이트 운영 수익보다 솔루션 판매 수익이 더 높았어. 게다가 더 좋았던 점은…. 이제 완전히 다른 뿌리라는 거지. 즉, 별도의 독립 서버에서 운영하는 별개의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거지. 그러니 우리에게 향하던 모든 사이버 수사대의 시선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더더욱 좋았던 점이 뭔지 알아? 특히 내게.     

질문하지 말고 그냥 말하라니까.      

아, 미안해. 이게 습관이 돼서…. 헤헤헤…. 우리의 솔루션을 사간 자들은 대부분 컴맹이야. 당연하겠지. 사람 협박하고 패는 거야 할 줄 알았지, 그들이 우리 시대 최첨단 기술을 어떻게 알겠어?      

즉, 당분간은 관리를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리고 그 관리의 책임자는 바로 나지. 그러니 어떻게 되겠어? 서버가 다운되거나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면 누굴 제일 먼저 찾겠어? 당연히 나지. 그러니 내게 잘 보여야 하는 거지. 다시 말해 나는 그들의 귀하신 몸이 된 거지. 그 결과는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 두둑한 뒷돈은 물론이고 각종 향응 제공이 이어지더군. 즐겼지. 퇴폐스러운 삶. 바로 그거지. 불법과 나쁜 놈들에게 둘러싸여 쾌락의 끝을 달렸지. 그런 얘기도 있잖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니지 이건 비유가 적당하지 않은 거 같아. 아무튼 숙맥이 한번 맛을 들이니 헤어나지를 못하는 거지.      

이때쯤, 나의 일과를 대충 알려줄게.      

아주 늦게 일어났지.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해피팅이 가장 북적거리는 시간은 새벽이거든. 그러니 서버 다운도 그 시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 욕정에 굶주리면 잠을 잘 자지 못하는가 봐? 온라인 게임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러니 관리자는 다른 시간을 몰라도 새벽에는 꼭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거지. 물론 내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는 아냐. 나는 대장이니까. 그건 졸병들이 담당하지.     

그저 나는 편안히, 오피스텔에서, 그쪽 업체에 종사하는 여인과 시시덕거리며 놀고 있으면 되는 거였어. 웬만한 시스템 문제들은 졸개들이 해결했지. 서버 다운되면 부트하면 되고 적립금 날린 유저가 있으면 다시 채워주면 그만이지. 나는 일종의 비상 대기라고 보면 편할 거야. 그러다 가끔 아주 심각한 에러가 발생하곤 하지. 서버가 완전히 다운되었거나 사이트가 망가져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뭐 그런 것들이지. 혹은 해커가 들어와서 난장판으로 만들기고 하고…. 그러면 내가 나서는 거야.      

어떻게 보면 종합병원 응급실과 비슷하지. 웬만한 건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다 해결하잖아. 아주 심각한 거 빼고는 말이야. 나는 그 심각한 것을 해결하는 맥가이버와 같은 존재지. 우리 솔루션을 사간 인간들이 어떤 부류라고 내가 얘기했었지? 그래. 질이 안 좋은 놈들 뿐이지. 그리고 그런 놈들의 특징이 뭔 줄 알아? 돈에 더럽게 민감하다는 거야. 아, 물론 자본주의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동시대 호모 사피엔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서버가 다운되었다고 한번 가정을 해봐. 적게는 시간당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앉은 자리에서 까먹게 되는 거지. 그러니 이놈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지. 이제 그 심각성을 약간 체험할 수 있겠어? 내가 그 시간에, 그 중요한 시간에, 서버가 다운되었고 졸개들이 해결을 못 하고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 내가 퍼질고 자고 있었다고 가정해봐. 놈들이 당장 사시미 칼 들고 쳐들어 와 내 배를 난도질해도 할 말이 없는 거지. 아, 물론 이것은 좀 과장을 섞은 거지만….     

그러니 내가 잘 수 있겠어? 당연히 못 자지.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뭐 어떡하긴? 그냥 여인의 육체를 탐닉하며 온밤을 지새우는 거지. 뭐, 별수 있겠어. 하지만 그래도 잠이 쏟아진다 싶으면 잠 깨는 약을 받곤 하지. 그게 무슨 약이냐고? 알잖아! 마 머로 시작하는 그거 있잖아. 왜 할리우드 영화 보면 자주 등장하잖아. 빨대를 코에 꽂고, 투명한 테이블에 도루코 면도칼로 적당히 분배한 하얀 가루를 훅훅 들이켜는 모습…. 그래…. 그와 유사한 약품들이지 뭐.     

그래서 중독이 된 거야?      

그래, 그렇다고 봐야지. 너도 잘 알잖아? 쾌락의 끝은 중독으로 마무리된다는 거. 단지 중독의 종류만 틀린 거지. 섹스, 마약, 알코올, 도박, 성형, 쇼핑, 운동, 다이어트, 일, 게임, 살인까지.      

그럼 너는 섹스와 알코올, 마약에 중독된 거야?     

그땐 그랬지.      

뭔가 끝이 보이는 거 같은데.     

그렇지. 너도 느낌이 싸하게 오는 거지? 내가 왜 그 좋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대충 가닥이 잡히지? 하지만 거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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