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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08. 2022

21년 3월 드라마<스토브리그>, 영화<고스트 스토리>

누군가를 기다리다



20210310-10315

<스토브리그> (2019.12~2020. 2, SBS, 이신화 작가, 왓챠플레이)


마치 옛날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을 데려온 것 같다.

과거가 잘 파악 안 되는 주인공이 한 썩어가는 마을에 와서 그 마을을 살려놓고 유유히 떠난다는 설정이다.

백승수 단장 캐릭터는 씨름단, 핸드볼팀을 넘어 다니며 우승을 시키고, 해체된 경력이 있다. 만년 꼴찌 야구팀을 해체시키고 싶은 그룹의 회장은 심복을 심어 야구팀을 명분 있게 해체시킬 이유를 찾는다. 그것이 백승수 단장의 영입으로 이어진다. 꼴찌팀 해체 이력.


처음에 매력적인 인상을 준 백승수 캐릭터는 드라마의 중반부가 넘어가서도 남들과 다르게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으니 AI 같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하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감정적인 것도 이상하다.


권경민 이사 역을 했던 오정세는 초반에 안타고니스트로 보이지만 중반부부터 인간적 고뇌와 과거사를 드러내면서 마친 스핀오프의 주인공처럼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안타고니스트가 마냥 허술해 보이지 않다. 가해자의 역사를 알게 되면 관객은 그를 미워할 수가 없다. 조커를 미워할 수 없는 것처럼.  더구나 오정세가 연기한 안타고니스트는 기타 드라마의 꼭두각시처럼 보이는 악역들보다 살아있는 인상을 준다.


이세영과 한재희 캐릭터는 일반의 관객을 투영하면서, 선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시즌의 초반부의 고세혁 팀장을 잘라내는 과정이 스토브리그의 인기몰이에 큰 영향을 줬을 거라 예상한다. 야구팀 내의 비리가 단순히 학부모의 촌지를 넘어서  고등학생의 프로 선발과정까지 미친다는 것이 세밀하게 표현된다.

야구팀의 스카우트팀의 역할. 그 안의 내부 갈등이 어떻게 팀 내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야구 드라마를 보게 되다니… 너무 신선했다.


스토브리그라는 용어는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낯설다. 야구 드라마 (스포츠 드라마)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 - 나- 을 어떻게 끌고 갈지 기대도 없었는데… 세계관이 기존의 드라마에 비해 상당히 독특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드라마의 가장  성공요인은 발로 뛰어 들었다는 점이다. 공중파 다수의 드라마가 설정만 갖고 작가 상상력 안에서만 펼쳐진 인상인데 비해,  드라마는  회가 다큐멘터리처럼 세밀한 사실을 기반으로 창조적 처리를  느낌이다.

이제 세밀하고 방대한 자료조사는 드라마에서도 필수사항이 됐다. 



20210320

<고스트 스토리> (2017,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왓챠플레이)

영화는 두 번째 볼 때 첫 번째 인상과 너무 다르다.

‘너무 슬픈 귀신 이야기’란 생각은 같지만.. 이번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귀신들’.  

새로운 사람들을 겪고.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괴로움에 자살한 귀신은 시간의 선형적 틈 안으로 파고 들어온다. 


다시 미국 초기 역사시대로 돌아가 이 집에 살게 된 귀신은 여기서 기다려 온 이들을 만난다.

이 집의 남자는 이곳이 추억이 많아서 이사 가기 싫다고 한다. ‘이 귀신 때문이겠지?!’

이 귀신에 얽혀 있는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상당히 뻔한 이야기지만… 대사가 거의 없고, 음악이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줘서, 귀신의 감정선을 음악으로 이해하며 영상을 함께 조심조심, 세밀하게 보게 된다. 인물이라곤 거의 두 명이라 볼 수 있고, 공간이라곤 거의 한 집에 기댔는데… 두 명과 한 공간이 세계와 시간을 담아 거대 서사를 펼쳐낸다는 것이 대단하고 부럽다. 


만약에 미국 소시민의 얘기를 현실적으로, 대사로 펼쳤다면 나에게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적이지 않은(?) 배우 루니 마라가 주연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긴 롱테이크의 파이 먹는 씬도 그렇고.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감정들, 우리에게 익숙한 관계들이기 때문에 대사가 필요치 않다.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이 영화는 그 해 내가 본 미국 독립영화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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