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메트로폴리스>, <엑스 마키나>, <리빙, 언다큐먼티드>외
20200213
<피아노>(1993, 제인 캠피온 감독)
의미론적으로 가득 찬 영화. 해석이 될 때 감탄을 지르게 된다.
그렇게 아름답고 공감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기엔 무리가 있다.
<메트로폴리스> (1925, 프리츠 랑 감독)
천재 프리츠 랑. 떠다니는 기표 ‘마리아’. 모든 남자와 계층들이 각자의 욕망으로 그녀를 잡으러 다닌다. 마리아와 악녀 마리아 (로봇)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엑스 마키나> (2015, 알렉스 갈랜드 감독)
피그말리온 신화 + 푸른 수염 동화를 섞다. 푸른 수염의 아내가 주인공이었을 때, 그녀는 죽은 전부인들의 머리를 보며 자신을 전부인들과 동일시하여 공포를 느낀 후 거기서 빠져나갔다. 여기서는 주인공 남자가 AI를 동정하고, 사장을 미친놈이라 여기는 차원으로 사용된다. 남자 직원이 이것을 발견한다는 부분이 '푸른 수염'과 의미적으로 맥이 같진 않다. 하지만 설정을 푸는 방식으로 잘 사용했다. '푸른 수염' 동화의 주제적 사용은 이 작품보다 <피아노>에서 더 잘 맞는다. <피아노>에서는 딸의 연극 무대를 보러 갔을 때 푸른 수염 동화가 나온다. <피아노>에서는 가부장제가 아내와 지역민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로 사용한다. 메인 플롯은 남편 대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비극이지만, 서브플롯은 백인의 도시문화가 지역 토착민과 소수자들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이 부분을 비꼬듯이 딸의 연극 장면을 집어넣었다.
이런 이야기는 메시지 자체보다 이야기적 재미로 봐야함.
20200216
<리빙 언다큐먼티드>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2019, Aaron Saidman; Anna Chai 감독)
불법체류자들을 팔로잉하는 다큐. 저들이 얼굴이 노출된 채 방송에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자체만으로 서스펜스가 엄청나다. 다큐멘터리는 팔로잉할 때 엄청난 힘이 나온다. 특히나 출연자가 목숨을 걸고 다큐에 출연한 순간. 다큐 출연이 스스로를 위협하는 순간. 그 지점이 관객에게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폭력적이다.
<익스플레인: 섹스를 해설하다>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2020 )
리프로덕션에 대한 의미 변화를 과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
20200217
<정직한 후보> (2020, 장유정 감독)
짐 캐리에게 특화된 캐릭터를 라미란 배우가 소화해내기에 적합했는지 의문이 든다. 라미란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이야기의 연결점이 부자연스럽다. 나문희 배우의 소원이 자신의 개인적 욕망과 잘 연결이 되지 않음. 손녀가 잘되길 바라는 자비로움만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덮기에는 부족해 보임. 중반까지 재밌게 보다가, 혼외자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로 변화되면서 주인공이 식상해 보임.
20200220
<아이, 토냐> (2018,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
슬픈 사회적 이슈를 블랙코미디 + 피겨 대회로 그려냄. 그래도 슬프고 보기에 쉽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을 영화.
20200221
< 복잡한 이야기> (2013, Kiwi Chow 감독)
대리모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니까 재미가 없네. 대리모와 정자 남자와의 로맨스... 연출과 촬영이 많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멜로가 체질 1> (2019, 이병헌 감독)
주인공 여자 세 명의 가슴 아픈 트라우마+캐릭터를 보여주며 시작. 여자들이라면 공감할 만하지만, 남자들이나 다른 세대들에게 이입 지점이 얼마큼 될지 미지수. 그래서 시청률이 잘 나온 걸로 알고 있음.
20200223
<이창> (1954,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7,8년 전에 봤을 때와 느낌이 또 다르다. 끌림,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해 창문을 통해서 인간 군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에 이입해서 보게 됨. 리사 캐릭터는 매력적이면서도 , 어느 정도 구시대적이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으로 리사가 들어가니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타지 속에 들어갔던 리사는 어느 순간 다시 현실로 옆자리에 있기 때문에 곧 흥미가 떨어지겠지.
20200224
<로봇, 소리> (2016, 이호재 감독)
아빠가 계속 화가 나 있음/ 대구 지하철 참사 +SF 엮은 발상 좋음/ AI와 인공위성이 섞인 부분이 조금 애매하게 느껴짐/ 딸의 캐릭터가 너무 약함. 너무 착함. 인물들이 살아있는 느낌이 덜함. 그래서 촘촘히 엮이지 못한 듯. 이하늬 캐릭터가 살지 못함. 엄마도. 딸도.
20200224
<이태원 클라쓰 1,2 > (2020, JTBC, 웹툰 '이태원 클라쓰' 원작 조광진, 각본 조광진 )
너무 느리고 뻔하다. 3편으로 넘어가야 할까 말까.. 1편의 오프닝이 여전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태원 클라쓰 3,4>
최근 드라마 캐릭터들이 매우 현실적인데 비해 너무나 도덕적이고 정의롭고 단순한 주인공이 매력적이 된다. 오히려 우리가 기다리고 가져보고 싶은, 기다려온 히어로 같다. 많은 인물들이 플랫하게 엮이는데 그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20200227
<인비저블맨>(2020, 리 워넬 감독)
'투명인간' 소설을 현대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 서스펜스와 스릴감을 주지만, 너무 끝까지 보이지 않아서 답답함이 있음. 연출의 문제일까.. 공감되는 캐릭터는 없지만, 시간이 아주 잘 흘러감. 연출력이나 사건의 흐름이 좋다는 얘기. 블룸하우스 전형적인 스타일. <맨 인 더 다크>를 연상시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짐승들> (2020, 김용훈 감독)
인물이 많이 등장해서 어떻게 엮을지 궁금했음. 구조적으로는 빈틈없이 잘 엮인 것 같은데, 내가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음. 다들 너무 세고 독하고 악하다. <조용한 가족>을 연상시킴. 한국영화에서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인가.. 아직? 외국인들의 시체가 많이 나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함.
그런데.. 제목 잘 지어야 할 듯. 이렇게 코로나 직격탄 맞을 거란 예상을 했을까…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다 강해 보여서, 조금 다른 인상의 캐릭터가 필요해 보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