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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13. 2022

22년 1월 영화 <조디악>, <아네트>

데이빗 핀처와 레오 까락스

20210111

< 조디악> (2007, 데이빗 핀처 감독, 왓챠)

왜 저런 구성으로 갔을까..

보통의 형사물은  한 명 혹은 두 명의 형사가 중심이 되어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형태를 띤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처음에는 형사 몇 명이 사건을 추적하는 것 같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한 명의 신문사 삽화가가 범인을 좇는 것으로 중심이 옮겨진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보면 이 작품이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저런 구성을 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15년 넘는 시간의 틈 속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표현할 때 무엇을 중심에 놓을까 고민을 했을 듯.

이 작품은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들의 삶이 중심에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형사들이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할 때 화면 속 배경엔 여러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고, 배경 소음이 들린다.  형사들도 이런 삶 속에 놓여 있다. 만약에 사건 중심의 형사물이라면 관객이 집중하도록 배경 소음이나 중, 후경에 다른 사람들을 배치하여 시선을 뺏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 연쇄 살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쳐 그들을 녹슬게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거의 잡을 뻔한 범인을 계속 놓치고 스쳐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마치 <살인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에 피해자가 지목한 사진의 인물은 영화 중반부에 유일하게 형사들이 주요 용의자로 심문한 사람이다.

 관객은 ‘아, 역시 이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카메라 연출 또한 그 사람을 상당히 의심이 들도록 유도했으니까. 하지만, 엔딩 장면을 보면 이 역시 불투명하다.

15년이 넘도록 범인은 일상에 녹아있고 누가 범인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의 주요 톤과 색상이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블루 톤의 물 빠진 느낌. 범인을 잡느라 지쳐가는 형사들, 기자, 삽화가와 그 주변의 가족들은 불안과 함께 지쳐간다.

시간의 흐름 잘 표현한 톤이다.


그런데 왜 삽화가를 중심으로 놓았을까..? 원작의 비중이 그 인물이 크게 묘사되어있나..?


다시 오프닝 장면으로 돌아가서 보면, 왜 저런 측면 트래킹 샷을 썼는지 이해가 된다.

미국의 평범해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최대한 길게 보여주면서..  중에 누가 피해자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는 . 혹은, 이 중에 누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작가 혹은 감독은 다음의 질문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연쇄살인범과 함께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0220112

<아네트> (2021, 레오 까락스 감독, 왓챠)


영화 시작 후 오프닝 크레디트가 뜰 때, 쇼가 끝날 때까지 숨 쉬지 말라는 목소리가 들리다.

감독의 목소리일 것이다.

이것은 쇼다. 무대다.

라는 점을 시작부터 주입시킨다.

백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로 넘어간다는 뮤지컬 콘셉트를  차용한다.

‘우리가 죽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줄게’라는 노래.  

아.. 이 영화는 죽는 쇼를 보여주겠구나.


레오 까락스 감독이 오프닝 씬에서 딸과 함께 등장한다.

레오 까락스는 <홀리 모터스>를 통해 영화, 영화 속 배우, 배우의 삶, 가정이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는데, 이제 그 속편을 보는 것 같다.

그에게 무대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예술을 하는 행위란 무엇인지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는 것 같다.

왜 저렇게 평범한 삶과 예술인들의 삶을 붙여놓고 고민하나 했더니,

<홀리 모터스>와 <아네트>가 자신의 딸이 생긴 이후 만든 영화들이란다.

레오 까락스 감독이 20대 시절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나쁜 피>를 만들고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퐁네프의 연인들> 이후 한 동안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정신 병원에 제 발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에게 예술가로서의 삶과 가정을 지키는 삶이 양립 가능한가의 질문은 끝이 없이 지속되는 고민일까... 그런 질문의 답으로 만든 영화가 <아네트>인 것만 같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오프닝에 자신이 나오는 거겠지.

확실히 프랑스 영화는 어느 정도는 대중적 화법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그래서 좋고 부럽기도 하다.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이 영화는 좋을까?

영화 매체가 비극을 비극으로 표현하면 참 받아들이기 힘든데..

‘이건 무대야, 쇼야’라고 해놓고 비극을 말하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마리오네트 인형이 사람이 되는 것처럼.  인생의 비극을 코미디로 풀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코미디언인 거 같기도 하다.

씨네 21 페이지에 BIFF 인터뷰를 보면,

레오 까락스는 ‘나는 배우의 연기를 간직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한다.

이건 무슨 소리인지…

"아담 드라이버를 처음 알게 된 건 8년 전 TV 시리즈 <걸스>에서였다. 보자마자 그가 말하고 걷고 움직이는 기이한 방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생물체를 보는 동안 내가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점도 재밌었다."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콘트라스트

 표현주의 스타일의 강한 콘트라스트의 명암이 까락스 작품임을 제대로 인지시킨다.

인물들의 분열적 내면을 표현하는 명암대비가 좋다. 내가 끌리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스타일적으로는 과거 감독님의 <나쁜 피>가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마리옹 꼬띠아르

오프닝 씬에서 마리옹 꼬띠아르의 노래 부를 때의 느낌은 제목 등장 이후 확 사라진다.  

오프닝은 마리옹 자신의 모습이고,  제목 이후는 영화 속 인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달라 보인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 작품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나서 남편 괴롭히는 귀신이다.

재밌는 건 과거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캐릭터를 했다는 점. <맥베스>의 아내로 맥베스를 추동하며 괴롭히는 원흉이었고(그 모습도 귀신의 느낌이 있다.), <인셉션>에서도 죽은 아내가 남편의 꿈속에 계속 등장해서 남편을 괴롭히고 있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그런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인가 보다.

하지만 <러스트 앤 본>을 떠올리면 상당히 반대의 느낌도 있다.


내가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왓챠에서 봤는데...

감독이 OTT 서비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네트>는 OTT 플랫폼 아마존이 서비스한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레오스 카락스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시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유감이다. 특히 <아네트>는 북미 개봉(2021년 8월 6일) 후 2주 만에 아마존에서 동시 공개됐는데 그 기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여전히 안타깝다.

이 부분에 관해서만큼은 나는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 출처: 씨네 21, BIFF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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