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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15. 2022

21년 12월 영화 <돈 룩 업>

세상은 요지경 = 리얼리스트 아담 맥케이

20211231

< 돈 룩 업> (2021, 아담 맥케이 감독, 넷플릭스)

세상이 요지경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영화.

아담 맥케이 감독은 <빅쇼트>에 이어서 제대로 리얼리즘을 구현한다.

<빅쇼트>는 2008년 금융위기 사건이 터지기 직전의 월가를 다루는 사실 기반의 영화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 <빅쇼트>의 한국판이 <국가 부도의 날>이다.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때 '나는 부자가 될 수 있다'에 배팅한 사람과 그 도산을 지켜보는 사람들. 막으려는 사람들 등. ) 덕분에 ‘마이클 버리’가 더 유명해지지 않았는가.  <빅쇼트>는 미국 최대 은행과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기업들 도산하고 '미국이 망할 거야.'라는 가설을 갖고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옴니버스처럼 각각의 인물군들이 이것을 바라보면서 주식시장에 붙어있다. 망할 것에 배팅하는 사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데 배팅하는 사람, 돈 벌고 싶다면 벌어주겠다며 자신은 시골에 앉아 이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


여기서 마이클 버리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말을 모든 금융권의 사람들이 비웃으며 버블 파티를 즐기고 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진짜 금융위기가 왔다.  

나는 <돈 룩 업>을 보면서 딱 이 장면이 기억이 났다.

'지구에 혜성이 충돌할 확률이 100%라고요.' 했을 때, 비웃으며 버블 파티를 하는 사람들. 


세상이 망한다고 하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스꽝스러워진다.

다행히도 (불행인지) 미국은 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빅쇼트> 얘기를 하면서 낄낄대고 있는 게 지금 이 순간이다. 아담 맥케이는 어쩌면 이런 우리를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마지막까지 낄낄대면서 갈 인류.


활동가들이 봤을 때는 엄청난 공감과 비통함이 함께 왔을 것 같다.

'혜성이 충돌한다'와 같은, ‘바다가 오염됐어요’를 말하면 그것으로 입장이 갈라지면서 정치 싸움을 하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고, ‘여성들이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으로 사망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것으로 다시 입장이 갈라지면서 ‘고유정도 남자를 죽였다’ 같은 얘기를 하고..

사실 현실이 코미디 같기 때문에, 종말을 대하는 상황을 코미디로 그려놓는 게 진정한 리얼리즘의 자세인 것 같다.


마지막에 다른 행성에 도착했을 때, 나이 든 사람들만 있는 것도 웃기긴 했다.  어리고 순수할수록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일까. 그리고 아름다운 행성에 인간이 도착해서 또 얼마나 파괴를 하려고.. 생각하는 찰나에 메릴 스트립이 공격당해서 너무 놀라웠지만 다행스럽기도 했다.


인간은 ‘독’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 정화차원에서 ‘코로나’가 등장했을까..?


2022년 1월 1일 0시를 이 영화의 혜성 충돌장면과 함께 맞이한 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인데, 왠지 기분이 좋다.


사운드 관련)

<돈 룩업> 음악 대비

15754 혜성에 드론 심어서 폭발하는 장면 대비 가족 식사 모습.

종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vs 해체하려는 사람들.

+ 전 세계인들이 뉴스 화면을 집중하거나, 종말이 올 때의 상황을 보여주는 몽타주를 하나의 음악으로 묶지 않는다. 하나의 음악으로 묶을 경우, 하나의 결을 가질 수 있다.

( vs 대비, 영화 ‘아마겟돈’ )

+ 마지막 혜성 충돌 이후 전 세계 몽타주는 음악으로 묶어서 하나의 결을 유지함.


세상은 종말이 오기 직전까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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