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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19. 2022

21년 9월  OTT시리즈 <오징어 게임>

ott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야기 구조 훑기

20210922

<오징어 게임> (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 황동혁 감독)

# 이제 드라마든 영화든,  시작 지점에 반드시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이제 관객은 차분히 앉아서 주인공들이 놓여있는 세계와 그 캐릭터의 얘기를 가만히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각 인물들이 궁금해진다.

 

# 한국적 소재를 글로벌적 캐릭터와 익숙한 3막 구조로 녹여냈다.

컬러를 강하게 키치적으로, 조명을 플랫하게 사용하여 잔혹함을 중화시켰다. 

최근 영상 색채 경향은 영화, 뮤직비디오를 포함하여  BTS 이후 원색상이 강렬해지고 있다. 2000년대를 돌이켜보면, 북유럽풍을 좋아하여 영화든 뮤직비디오든 물 빠진 느낌의 색들과 대조적이다. 


# 이야기 줄거리와 관련한 지점.

총 9회짜리 에피소드. 

 

1편. 설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대량 학살을 당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배우)만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 설명을 해줄 뿐이다. 

성기훈은 시작부터 엄마 돈 훔쳐서 경마를 한다.  노름꾼이다. 경마장에서 돈을 날리다가, 운빨로 딴 돈을 강새벽에게 소매치기당하고, 건달들한테 두들겨 맞아 울면서 집에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의문의 수트남(공유 배우)을 만나서 10만 원 빵 딱지치기를 하고 매값으로 돈을 벌어 고등어를 사서 집에 간다. 돈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수트남에게 받은 명함.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들이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가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대량학살이 시작되고. 비웃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다. 


2회. 계기적 사건

첫 번째 게임을 한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서 집에 돌아가길 원한다. 과반수의 동의로 집에 모두 돌아간 사람들. 개개의 인물들이 놓여 있는 환경과 그들 캐릭터에 공감을 불어넣는다. 각각의 캐릭터는 안쓰러워진다. 그리고 사회에서 지옥처럼 살바에야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든다. 게임을 5개를 더 해야 한다.


이제 관객은 '어떤 게임이 펼쳐질까?' 궁금함과 기대를 갖는다. 

도대체 가면 쓴 사람들은 누굴까? 특히 대장 가면은 누구지?


형사 캐릭터 소개. 자신의 형이 실종된 것과 명함을 연관시키면서 성기훈을 미행하며 따라간다.


3회. ACT2-1

형사는 잠입에 성공한다. 관리자 동그라미를 죽이고 자신이 관리자인 척하며 게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염탐한다.


이제 게임을 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안 사람들이 '뭉쳐야 산다'는 개념이 생기며 팀을 짜기 시작한다. 

강새벽은 독고다이로 환기통에 들어가 단서를 캐고, 누군가는 관리자들에게 게임의 정보를 얻고, 한미녀는 강한 쪽에 달라붙어 살아남으려 한다.


설탕 뽑기 게임.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각개전투한다. 

조상우는 강새벽의 얘기를 퍼즐 삼아 맞춰 쉬운 모양을 뽑고, 주인공 성기훈은 가장 어려운 우산을 침을 발라 해결한다. 노인은 성기훈을 따라 해서 살아남고. 강새벽은 핀으로, 한미녀는 라이터를 이용한 후 라이터를 센 놈에게 주고 다음 판을 준비한다.


간단한 게임의 룰을 관객도 익혔다. 

설탕 뽑기 하는 게 뭐라고 이렇게 관객이 숨 막힐까. 옆에서 총을 들이대니까.


막판에 누군가 관리자 가면을 벗기자, 대장가면이 얼굴 노출된 이를 죽인다. 형사는 상급 관리자 가면을 가져간다. 형사 또한 들키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보는 이들은 두 배의 긴장감을 갖게 된다. 게임을 보면서, 그리고 형사를 보면서. 관리자들 방에도 CCTV가 있고, 서로 의심하는 것 같아 보인다.


4회- ACT2-2

이제 무슨 게임이 나올까.  관객이 생각하고 있을 때, 식량을 부족하게 얻은 사람들끼리 싸워서 한 명이 죽자, 상금이 더 쌓인다. 이를 통해 센 놈 무리는 소등이 시작되면 학살을 시작한다. 학살 때 조명을 플리커로 만들어서 시각적 자극이 센 연출도 더해진다.

관객은 본 게임만 생각했는데, 장외 게임이 예상보다 빨리 추가돼서 신선함을 느낄 것이다. 


이제 참가자는 낮이고 밤이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성기훈 무리는 착한 편, 센 놈 무리는 나쁜 편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성기훈 무리는 통성명을 하며 인정을 보여준다. 정 많은 오지라퍼 성기훈, 파키스탄 이주민 노동자, 탈북여성, 노인, 브레인 증권맨


한미녀는 살아남기 위해 센 놈과 섹스도 해주지만, 센 놈은 의사의 정보를 듣고 힘센 놈들만으로 팀을 짠다. 

노인과 증권맨의 지혜에 힘을 입어서 약한 팀 10명으로 구성된 성기훈 팀이 줄다리기에서 승리한다. 


4회.  Act2 2-3

강새벽의 메이트 여성 등장. 목사 캐릭터 등장.


5화- Act2 2-4

5회 시작점은 4회 마지막을 잘라와서 붙인 인상이다.  드라마는 다음 편을 보게 만들기 위해 클라이맥스에서 끊기 때문에.


이제 성기훈팀은 모두 불침번을 시작한다.  불침번을 서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연민한다. 증권맨 조상우는 알리가 준 옥수수를 함께 나눠 먹는다. 없는 형편에 서로 빚을 갚고, 이정재는 노인을 챙긴다.

 

의사는 장기를 떼어 주고 정보를 못 얻은 채 몸싸움이 나 죽는다.

형사는 장기를 배달 가다 다른 관리요원을 죽이고 게임의 실체에 점점 다가간다. 여기서 형사의 역할은 게임의 실체와 대장가면의 정체를 벗기는 역할이 된다. 


6화 - ACT2-5 (구성점 2)

이제 관객은 뭘 더 보여줄 것인지 기대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여태까지 합심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로 같이 있으면 유리할 사람을 고른다. 대체로 신뢰를 기반으로 힘세고 두뇌가 좋은 남성으로 팀을 짜려한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힘이 없어 보이는 한미녀를 모두 거부한다. 성기훈은 결국 노인의 신뢰를 저버리지 못하고 팀을 형성한다.


그런데, 구슬치기 게임은 상대의 구슬을 모두 따서 상대를 탈락시키는 게임이다. 모두가 절망한다.

강새벽과 여자 메이트는 그나마 서로에 대해 연민이 있었기 때문에 절망한다. 어차피 게임에 관심 없던 그 둘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전사와 트라우마를 알아간다.


성기훈은 어쩔 수 없이 노인과 구슬 게임을 하지만, 구슬을 거의 잃을 지경에 놓인다. 막판에 노인의 알츠하이머 증세를 이용하여 거짓말로 구슬을 모두 따내는 데 성공한 성기훈. 그로 인한 자괴감은 그를 심각하게 짓누른다.


조상우는 알리를 솎여서 자신이 거의 잃을 뻔한 판에서 살아남는다. 증권맨 조상우가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왔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사소한 온정이 있지만, 자신이 이기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게임의 승리를 위해 산다. 


센 놈은 자신의 룰로 옮겨서 판을 이긴다.


이 시리즈에서 6화가 가장 재밌다. 

이전까지는 눈에 보이는 좋은 편, 나쁜 편의 전쟁이었다면, 여기선 좋은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리는 나쁜 놈들끼리의 싸움보다 좋은 놈들끼리의 싸움과 갈등을 볼 때 마음이 더 애달프다. 살아남기 위해 나를 가장 신뢰하는, 그리고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죽여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개별 캐릭터는 스스로 지키려고 했던 인간성이 무너짐을 보게 된다. 


상대방을 죽이는 방식은 각자의 캐릭터가 가장 잘하는, 어울리는 방식들을 선택한다. 다만, 주인공은 선량하고 나약하고 오지랖 넓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속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면적으로 가장 괴로워한다.


강새벽과 여자 메이트는 그들이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어떤 지옥의 삶을 겪었는지 유추하게 만들면서 관객의 연민을 자아낸다.


7화. ACT 3-1

새로운 등장인물들. 이제 VIP들이 게임장에 도착했다.

형사는 대장가면과 숨바꼭질을 본격 시작한다.

관객이 게임에 식상해져 갈 무렵, 새로운 볼거리를 준다. 


형사는 서빙 보는 직원으로 변장하여 VIP들의 시중을 든다. VIP들이 놀이를 즐기러 온 모습은 <아이즈 와이드 샷>이나 기타 영화에서 자주 본 식상함이 있다. 정글 속 분위기를 중국풍 화려한 색상으로 버무렸다.


이제 관객은 VIP의 눈을 통해서 라이브를 즐기는 영화 속 영화를 본다. 

구름 다릴 건너는 수학선생 캐릭터, 목사 캐릭터, 센 놈 캐릭터. 한미녀는 센 놈을 안고 황진이처럼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유리공장 전문가 캐릭터. 빛을 이용하고, 소리를 이용한다. 

증권맨 조상우는 제한 시간이 다 되자 앞사람을 밀쳐 죽이고 끝점에 도달한다.


형사는 한 명의 VIP와 다른 방으로 가서 증거를 수집하고 섬 밖으로 도망간다.

마지막에 유리가 박살 나면서 강새벽의 불안한 표정과 함께 끝난다. 


8화. Act 3-2. 클라이맥스

이제 거의 모든 게 밝혀져야 하는 시간.

조상우와 성기훈은 서로 날을 세우며 싸우기 시작한다. 강새벽은 유리파편이 뱃속에 박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형사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대장가면에게 쫓긴다. 절벽에서 대장가면의 정체를 알게 되는 형사. 자신이 찾아다녔던 형이 대장가면이다.  형사가 찾아다닌 실종된 형은 몇 년 전 이 게임의 승자로 이름이 파일에 있었다. 대장가면은 얼굴을 보여주고 나서, 동생이 따라오지 않자 동생을 죽이고 돌아간다.


강새벽은 고통으로 죽어가고, 성기훈은 조상우를 죽이려다 강새벽의 만류로 그만둔다. 

성기훈이 관리원을 부르러 간사이 조상우는 강새벽을 죽인다.

이렇게 인간성을 끝까지 말살한 사람을 최종 적대자의 자리에 올려둔다.  


대장가면은 거울 속에서 동생의 얼굴을 마주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간다.

스토리 구조상 대단원을 위한 어둠의 심연.


여태까지 끌고 온 흐름을 보면, 강새벽이 저렇게 죽고 조상우가 강새벽을 쉽게 죽이는 것이 관객에게 바로 와닿지는 않는다. 영화적 쾌감도 떨어지고. 조상우와 성기훈이 갑자기 서로 싸우는 게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9화. 3-3. 대반전

이제 주인공은 어둠의 심연에서 나와 안타고니스트에게 뭔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주인공은 과거와 달라져 있어야 한다.

이제 제목이 말하는 게임이 나온다. (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게임이다. 다른 게임은 다 알겠는데 저 게임은 모르겠다. )


성기훈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서 거의 승리한다. 하지만,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포기한다고 한다. 조상우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 자살한다. 어차피 자신이 승리하지 않으면 밖에선 자본주의란 이름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


사회로 돌아온 성기훈은 거액을 갖고 있지만 하나도 쓰지 못한다. 사람들의 목숨 값임을 알기 때문에.

아마 이 지점이 관객들에게 많이 와닿았을 것이다. 요즘 같이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전국민이 달려들 때, 나의 수익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 값'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폐인이 된 성기훈을 부른 건 명함. 그 명함을 따라가자 스카이 빌딩에 누워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다 노인이 짠 판이라는 걸 알게 된다. 

노인은 아직도 사람을 믿냐며,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12시까지 밖에 보이는 노숙자를 누군가 도와준다면 진실을 알려준다고 한다. 돈이 많거나, 없는 사람의 공통점은 삶이 지루하다는 것. 

‘내 고객들이 다들 그렇게 말해. 그래서 체험이 더 재밌을 거 같다.’

어렸을 땐 뭘 하고 놀아도 재밌었다고… 

무슨 <시민 케인> 인가..


에필로그. 지하철. 계속되는 게임 암시.

에필로그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은유한다. 아무리 인간성을 말해도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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