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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16. 2022

22년 1월 <커피 한 잔이..>, [벌새] , <고령

공기를 느껴야 하는 영화

20210101

<커피 한 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2014, 스테이시 패슨 감독)

원제가 concussion 이면 뇌진탕인데, 한국 제목을 이렇게 바꾸니 느낌이 정말 다르다. 어떻게든 소프트하게 포장하려 한 마케팅 전략이 엿보인다. 사실 주된 소재가 '조건만남'이지만, 대낮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보기 괜찮은 영화이다. 그만큼 일상의 얘기를 일상적 톤으로 표현하고 있다.


근데.. 제목보다 내가 문제적으로 느낀 건 네이버에 영화 검색할 때,  ‘청소년 부적합’ 어쩌고 뜬 걸 본 적이 없는데, 왜 이 영화는 네이버에 저런 문구가 뜨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상당히 반감 든다.

성매매는 다수의 영화에서 나오고.. 지난번에 본 <이 투 마마>는 성기 노출이 영화의 절반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 저런 문구가 없었는데..

저렇게 밝은 톤으로 성매매를 성기노출 하나 없이 찍었는데…  

부부가 동성이란 이유 때문에? 여성 상대 조건만남이라..?


아무튼 영화에서  레즈비언 부부 중 한 명은 섹스리스인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욕구불만 상태인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설정.

계기적 사건-  주인공 애비가 맘에 안 드는 창녀와 자고 나서 괴로워하자,

구성점 1 - 동료 저스틴이 매력적인 창녀를 소개해 주고, 대낮에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밝고 산뜻하게 아름다운 섹스를 마친다. 매력적인 그녀는  애비가 이 일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얘길 하고 저스틴도 부추기자 한 번 시작하자고 맘을 먹는다.  

2막 - 애비는 어린 친구를 처음에 보고 기겁을 하고, 먼저 커피를 마신다는 룰을 정한다.

성에 아직 눈을 못 뜬 대학생, 까다로운 유부녀 등등을 상대하면서 오히려 결혼 생활도 편안해진다.

중간점 - 동네 주민을 만나서 섹스를 하게 되면서 현타가 온다.

밀착점…


쓰다 보니 이런 구조가 이 영화에 그렇게 중요할까.. 의문이 든다. 물론 구성점은 존재하긴 하는데...

약간은 수다 떨듯이 편안하게 봐야 할 영화 인 듯하다.


20220113

[벌새] ( 도서, 2019, 김보라 각본, 최은영 남다은 김원영 정희진 엘리슨 벡델 )  

시나리오, 평론, 대담으로 구성된다.


1. 시나리오

<벌새> 시나리오는 은희의 감정 결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 감정선은 각각의 관계 속에서 미세하면서도 거세게 요동친다.

하나 - 가족과의 관계

둘 - 학교 생활 관계

셋-  친구와 연인 사이 관계

넷 - 선생님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폭력과 일상이 함께 공존하고,

학교 생활은 모범생은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아라고 하기엔 소소한데 선생의 폭력 안에 놓여있다

숨구멍인 교우관계도 일희일비를 일으키며 기뻤다 화났다 하는 삶을 만들고.

이 모든 게 언제 폭발할지 모를 아슬아슬한 상태를 만든다.

이 감정은 나에게 찰랑찰랑한 불안과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한 동안 찰랑찰랑했던 그 마음은 내 개인 이유인지, 세상의 공기에 영향을 받은 건지 나 역시 모든 게 뒤섞여 있었고, 영화에서 은희가 느끼는 감정은 어릴 때의 폭력들을 떠오르게 해 다시금 또 찰랑찰랑해진다.  

현재의 나에게 그 간의 상흔을 한 자리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지닌다.


왜 이 작품과 함께 에드워드 양 감독이 자주 언급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사건이 없지만, 대단한 감정의 요동침을 겪어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벌새>와는 절대 비슷하다고 하기 어렵다.


2. 앨리슨 벡델과의 대화 관련

자신의 경험을 서사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오고 간다.

영화 <벌새>를 처음 봤을 때, 감독의 일기장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대담을 읽다 보니 한 편의 에세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시켜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도 사적 다큐멘터리가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감독에게는 엄청난 괴로움을 안겨준다. 처음에 찍기 편해서 시작했다가 편집할 때 후회한다는 농담처럼,  사적 다큐는 감독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넘어서야만 작품이 완성된다.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씩 붙들고 있게 된다.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과 더불어 사적인 얘기가 어떻게 공적인 자리에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다.  


아마도 엘리슨 벡델과 김보라는 이런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너무 자기 안으로 들어가면 지질해 보이고, 너무 남의 일처럼 객관화하면 공감이 되지 않는다.



2022011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1991, 에드워드 양 감독)

이런 영화를 뭐라 불러야 할까. 공기 중심 영화?

작가들이 영화를 분류할 때 편하게 '인물 중심'이냐, '사건 중심'이냐라고 말을 하는데,

이 작품은 이것도 중심이 아니고, 저것도 중심이 아니고, 둘 다 중심이 아닌 것 같다.

그 시대 속에 내가 함께 들어가 있도록 그 공기를 체감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을 오래 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게 나올 수가 없다. 감독은 이 작품에 어울리는 러닝타임을 찾았다. 요즘의 관객이 공기 밀도를 느끼려면, 절대로 몇 배속으로 돌려보면 안 된다.


만약  영화에서 '사건 중심'이나 '인물 중심'이런  따오면,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가  수도 있다.  작품들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공기 밀도 중심' 아니잖아.


1961년의 실화를 기반으로 구성했다고 하지만, 그게 핵심이 아니다.

중국에서 피신 온 사람들의 시간을 그림 폭에 담아 그 공기를 느끼게 해주려 한다.


영화의 층위가 너무 깊고 복잡해서 하나씩 나누는 건 의미가 없지만..

국가의 분열로 누가 희생되는가를 대변하는 것 같은 인물은 샤오쓰의 아버지이다.

그 국가들을 은유하는 것만 같은 덜 자란 애들 무리. 애들 무리의 싸움질. 그 속에서 누가 희생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샤오쓰가 시대의 희생양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이기 때문에 관객이 가장 공감할 인물이기도 함), 사실 제일 밑바닥엔 밍이 있다. 밍은 남학생들 중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지 않으면 길바닥의 삶에 놓일 처지이다. 그녀는 남자들을 이용하여 카멜레온처럼  살아가야만 한다.

미중일에 껴있는 한국은 어떤가? 우리의 역사도 대만과 닮아있다.


밍의 대사

“네가 날 바꾸겠다고? 난 이 세계랑 똑같아. 이 세계는 변하지 않아. 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구성이 있긴 하지만 그게 절대적 가치가 있는가 모르겠고,

<공포분자>도 그렇고, 에드워드 양 감독의 정서가 너무 좋다. 희한하게도, 일상적이면서 서스펜스를 지속시킨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단순하게 추앙하고 싶진 않다.

이유를 찾고 싶다.

하지만 나는 뭐라 표현할 방법을 잘 못 찾겠다.

대신, 이 분의 글이 너무 좋다는 건 알겠다.

"송경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착각하지 마라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씨네 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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