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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Feb 06. 2022

20년 5월 <슬리더>, <존 말코비치 되기>

다른 존재의 신체 침입

20200523

 <슬리더> (2006, 제임스 건 감독)

나이 많은 남편이 부인과 섹스를 원하지만 부인이 응해주지 않자 혼자 펍에 간다. 젊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끌리지만 참고 집에 가려는데.. 외계 생명체의 촉수에 아랫배가 뚫린다. 이 장면은  <에일리언 1>에 대한 오마주 혹은 리메이크로 볼 수 있다. 이 장면은 상징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남성 페니스를 은유하는 외계 생명체의 생식기가 남성을 침투하는 것으로 성관계를 의미한다고 본다. 성관계라고 보기엔 일방적이니까 강간이라 봐야 한다. 외계 생명체의 씨앗이 이 남자의 몸에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다음 날 아침 부인과 섹스를 한다. 왠지 보기 불편할 것 같아 조마조마했는데,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이 의미 있는 결말을 만든다. 다음날 부인은  남편과 특별한 섹스를 했다고 한다. 이제 여성의 몸에 이 외계 생명체의 씨앗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남편과 남편의 씨앗들이 모두 이 여성을 사랑한다. 이 여성에게 자신의 일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부분은 이 생명체들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한 몸이라는 점이다. 

'생명체들' '기억을 공유하는' '한 몸'이라는 말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을 이미지로 보여주기 때문에 재밌다. 


 이 생명체가 사춘기 소녀의  몸에 들어가려는 순간, 이 생명체가 지닌 생명의 역사와 남편의 기억이 동시에  모두 나타난다. 이 소녀가 페니스와 정자같이 생긴 생명체를 입에 들고 싸우는 모습은 오럴섹스를 연상시킨다. 주인공 남편, 남편의 내연녀, 사춘기 소녀는 모두 외계 생명체에게 강간당하거나 강간당할뻔한 지구인들이며, 외계 생명체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흡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분화되어 있지만, 하나이고, 분화되어 생명체들을 흡수하지만, 결국 다시 통합되어 거대한 괴생명체를 이룬다. 이 모습은 <더 씽>의 괴물의 모습과 같다.


#

감독은 이미 익숙한 호러 공식과 얇은 은유로 이뤄진 장면을 영리하게 잘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서스펜스와 스펙터클을 제대로 보여준다. 


20200527

<존 말코비치 되기> (1999, 스파이크 존즈 감독, 찰리 카우프만 작가)

<겟 아웃> (2017, 조던 필레 감독)

<어스> ( 2019, 조던 필레 감독)

#  영생하고 싶은 인간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는 44세가 되는 남성의 몸에 존재로 자리 잡는다는 책에 기반한다. 자정 타이밍에 실패하면, 새로 태어난 아기 숙주의 영혼에 갇혀서 평생 지내야 한다.

카우프만과 조던 필레는 한 육체 안에 여러 영혼?(존재?)이 들어가면 어떤가에 대한 생각들을 한다.

<겟 아웃>에서는 크리스의 몸에 다른 사람의 뇌가 연결되면서 한 신체 안에서 두 존재가 싸우는, 한국적으로 말하자면 귀신이 몸에 붙은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초자연적 무서운 현상으로만 바라본다면, <겟 아웃>과 <존 말코비치 되기>는 과학에 가깝다. 

 <어스>는 하나의 영혼을 두 신체가 나눠갖는다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하나의 신체는 아니지만, 연결된 하나의 신체와 비슷하다. 우리가 만약 과거 언젠가 트위터와 유튜브에 무엇을 올렸거나, 혹은 내가 한 어떤 행적이 인터넷에 업로드되었다면 그것이 내 신체의 일부처럼 평생 따라다니는 것과 같다. <어스>는 영혼은 하나지만, 생각은 둘이다. 신체도 둘이다. 레드와 애들레이드. 하나의 영혼에 하나의 신체를 갖기로 결정한 레드 일당은 지상의 신체들을 모두 죽이기로 한다. 이 개체 수는 정부 연구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개체수가 꽤 많은 것 같다. 


<존 말코비치 되기>는 영혼? (존재?)이 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하나의 육신에 둘 이상의 존재들이 들어있고 서로 경합하면서 신체를 전유한다. 그 존재들의 생각이 신체에 전해지기도 한다. 이상하게 신체의 주체 존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다른 존재에게 끌린다면 그것은 다른 존재가 내 신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그 존재가 내 신체를 완전히 통제하고 나의 존재를 무의식으로 밀어낼 수 있다.


<겟 아웃>이 한 신체 소유자가 자기 신체 강탈 현장에서 도망치는 얘기라면, <존 말코비치 되기>는 이미 강탈된 신체에 여러 존재들이 서로 거주하려고 싸우는 이야기이다. <어스>는 하나의 영혼에 연결된 신체가 서로 분리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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