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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Feb 09. 2022

22년 2월 <너는 여기에 없었다>, <찬실이는 복도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길래.... 영화가 뭐길래.. 

20220203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8, 린 램지 감독)

영화가 너무 시적이라 다시 한번 더 봐야 할 것 같다. 

린 램지 감독은 진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감독인 것 같다. 다른 영상매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있다. 방송 드라마나, 연극, OTT에서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미지와 사운드가 원래 독립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주인공의 삶 자체가 파편적이라는 것을 파편화된 이미지의 연쇄와 독특한 음악으로 보여준다. 음악은 이미지에 붙어있지 않지만 이미지와 따로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등장한다. 아주 인상적이다. 

만약에 이 이야기를 전달할 때 대개의 영화가 그렇듯, 사건 중심 구조의 스토리로 전달한다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자니 그린우드 음악감독.

라디오헤드의 멤버들은 이제 음악감독으로 자릴 잡아가는 것인가. 

<서스페리아>를 톰 요크가 음악을 했던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의 음악감독이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조니 그린우드였다. 어릴 때부터 라디오헤드의 팬이어서 1집부터 모아 나갔었기 때문인지, 음악이 나올 때 과거의 어떤 정서들이 모두 환기되기도 하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주인공의 삶이나 캐릭터를 파편적으로 인지하게 되는데, 음악이 작곡된 방식 또한 비정통적 영화음악의 방식을 따라 파편적으로 느껴지는 음계라고 최다은 피디는 전한다. 어떻게 느끼기엔 불협화음 같기도 하고. 현악기를 왜 저렇게 연주하는지도 모르겠고. 바이올린과 전자악기가 저렇게 섞여서 저런 스케이프를 쓰는 게 신기한…. 홍대 인디씬에서 듣던 음악 같기도 하다. 

자니 그린우드가 <파워 오브 도그>와 <팬텀 스레드>도 했다는데… 그래서 <파워 오브 도그>의 음악은 강렬해서 자기 캐릭터를 보여줬다. <팬텀 스레드>도 빨리 보고 싶다. 


영화 자체가 시적이지만, 음악 또한 시적이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감독의 영화는 당연히 빨리빨리 나올 수 없다. 3,4년에 하나 나와도 빨리 나올 것이다. 이런 영화에 누가 쉽게 투자를 하겠는가. 흥행성이 없기 때문에.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영화 투자금에 펀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어느 펀드매니저가 잃을게 80%가 넘는 상품에 투자를 하겠는가. 

누가 감독의 뜻을 다 수용할 것인가. 


추가)  2022.0226 

방금 원작 소설을 빠르게 훑었다. 영확가 너무 강렬해서 책읽기에 너무 방해된다.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얘기다. 원작 소설을 저렇게 각색하고 연출하다니… 완전 신세계다.

소설에 나오는 폭력 장면을 저렇게 무자비하게 압축시키는 것은 자신의 연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은 폭력을 보여주지 않을거야. 정서장애를 겪는 해결사를 보여줄거야!


20220120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 김초희 감독)

나에게는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다. 

평생 영화만 바라보고 살아온 주인공 찬실의 방황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고,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나타났을 때 과거로의 회귀 같았다. 

장국영 또한 죽었다. 영화 중간에 ‘사람도 꽃처럼 다시 되살아나면 얼마나 좋겠냐’는 할머니의 시가 여러 겹으로 와닿는다. 


김초희 감독과 찬실과 나는 비슷한 연배일 것이다. 

홍콩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각자가 생각하는 영화의 모습이 있었다. 

그 시절 내가 ‘영화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영화계 안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나의 바람이었을까 아니었을까?  무엇이 되고 싶은 적이 없던 시절을 살아온 내가 지금 컴퓨터 앞에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행운일까? 행복일까? 불운일까? 불행일까?

사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지금, 나는 찬실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가 될 수 없다. 

외부 일에 치이지 않으려 발버둥 치면서 시간을 붙들고 있는 나를 보는 지금 ‘죽은 장국영 귀신’이 ‘내 안의 살아있는 나’를 되살릴 수 있는 촉매가 되길 바랄 뿐. 

영화 속 '장국영 귀신' 역할을 한 김영민 배우

찬실이 키노 잡지들과 비디오테이프를 내다 버리려고 옮기자 할머니는 ‘그래 버려야 또 생겨서 채우지’라고 하는데 동의가 된다. 그런데 죽은 장국영 귀신이 방에서 울고 있다. 이때 마음이 찡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몇 시간 전에 나는 전주영화제, 부산영화제, DMZ 영화제, 독립영화 계간지 등 2004년부터 모아 온 영화 프로그램 노트와 책을 모두 버렸었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쏟아놓고 마음이 시원 섭섭 착잡하고 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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