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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Feb 18. 2022

22년 2월 <킹메이커>, <울림의 탄생>

20220215

<킹메이커> (2022, 변성현 감독)


제목이 주는 인상보다 실제 영화가 좋았다.

감독의 연출력이 안정적이고 훌륭했다. 그러나 123분은… 100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감독과 제작자의 의도가 있었겠지.


아무래도 1960~70년대 한국 정치인 얘기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정치인이 주인공이 아니라지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을 표현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작품의 장점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영역을 용기 있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썩은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 야당에서도 옳지 않은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을 전면에 놓는다. 아무리 영화 시작 전에 ‘허구라고 썼다지만, 누가 봐도 김대중 선생 나오는데 어떻게 인물과 정당에 이입하지 않을  있을까..


내가 정치를 모르긴 몰라도, 맑은 물에 고기가  수가 없다고 하는 것처럼 정치를 하기 위해선 양심 없는 사람들과 뒤섞그들을 주도하고 판을 이끌어야 한다. 도둑을 때려잡으려면 짱돌을 들고, 강도를 잡으려면 홍두깨를 든다고.

그럼에도 정치인 김인범은 윤리와 도덕을 중시하는... 우리의 이상을 보여준다.  상업영화니까 반드시 그래야지.


#

중간 부분 신민당에서 젊은 후보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가 속고 속이고, 판을 짰다 깨고 다시 판을 짜는  부분의 시퀀스가 가장 재밌다.

뒤로 갈수록 예상되는 대로 흘러가서 120분이 길게 느껴졌던  같다.


# 프로덕션 디자인

1960년대부터 1988년까지의 시간을 커버하는 공간 무대는 프로덕션 디자인에 엄청난 규모, 비용, 노력을 요했을 것이다.

60년대 민주당사 건물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던 과거 어느 시대의 신문사 같다는 생각을 하던 사이 이미 무대는 70년대로 옮겨가  커진 신민당사로 되어있다.


# 캐릭터 관련

조우진 배우가 중앙 정보부장 역할인 것 같은데.

마지막에 조우진 배우가 이선균 배우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는 장면을 볼 때, 극장 안의 어떤 중년 여성이 ‘아우~ 재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이 귀에 쏙 들어왔다. 이 말을 감독이나 제작자나 배우가 들었다면 기뻐했을 것 같다. 재수 없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잘 구축했으니까.  하지만, 한국 정치물에서 흔치 않은 캐릭터를 탄생시켰는데 재수 없음으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역사물이지만 여자들 캐릭터가 너무 없다.

김새벽 배우를 저렇게만 사용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았나..


20220216

<울림의 탄생> (다큐멘터리, 2021, 이정준 감독)


 다큐멘터리가 훌륭한 이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현실적으로 고통스러운 삶일지언정 묵묵히 시간을 들여 북을 완성해나가는 노인의 모습을 묵묵히 담아낸 영상 방식에 있다. 노인이 북을 만드는 방식과 감독이 다큐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방식이 일치하고 다.


어릴  들었던  북소리의 울림에 매료되어 북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소아마비인 아이는 외딴곳에서 북을 만들며 노인이 되었다.  자신의 모든 시간을 바쳐 뤄낸 작품은 세상에선 여전히 외면당한다. 무형문화재이지만, 다른 무형문화재와 달리 소외되어 있다.  또한 아이러니하다. 장인의     수공예품을 하나에 2 원씩 팔아야만 생계가 가능하다. 요즘 2 원은 어디 가서도 드는 돈이 돼버린  시대에...


노인의 눈빛은 참 고집스럽다. 나이가 70이 넘어도 저런 작업이 가능함을 반영하는 눈이다.


카메라는 다른 공간을 가지 않는다. 노인이 작업공간을 지키듯, 카메라는 작업공간을 함께 지킨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식물 인써트 .  하나의 인써트 샷인 고작 바닥에 놓인 들풀 하나가 이렇게까지  힘을 지니고 시간을 표현하는 편집 방식이  줄이야. , 여름, 가을, 겨울은   샷으로 엄청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 내고 있다.

단순히 들풀이나 북 만드는 장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품의 중요한 콘셉트는 시간이 편집을 했다는 것을 작품 스스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장인의 작품은 장인의 시간이 만들어  것처럼.  

중간에 노인은  북을 만들기 위해 예전에 사다 놓은 좋은 목재를 나란히 세우고 이어 붙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무덥고 습한 장마  해야만 원하는 모양으로 살짝 휘어지게   있고 모형을 굳힐  있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한다. 큰 북을 만드는 만큼 온몸을 써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말려서 굳혀야 한다.  과정이 노인이 원하는 울림을 듣기 위해서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다.


영화가, 다큐가 시간 미학이란 것을 다시 한번 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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