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통에 집중하지 마
20220207
[좀도둑 가족] ( 소설,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 영화를 보고 이 소설을 읽으니 약간 놀랍다. 신파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각 인물별 감정이 묘사된다.
영화를 보면 대체로 관찰자 같은 위치에서 카메라가 인물들을 지켜보기 때문에 그들의 감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카메라 위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담담해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엔 들끓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각 인물들은 어릴 때때 트라우마를 겪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사는 게 쉽지 않음의 연속이다. 그런 인물들이지만 모든 상황에서 본인의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참는 성격이라 부를 수도 있고, 혹은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같은 캐릭터로 보인다. 그들의 몸에 각인된 고된 삶의 흔적은 찰나처럼 스쳐간다. 관객은 지나치듯 인지하지만 빠져들 틈이 없다. 그 인물들은 사는 동안 세계에서 자신이 주목받지 않도록 노력했듯이 관객도 그들의 상흔을 비껴가도록 유도한다.
배우들이 관객을 유도했다.
소설에 비해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건조하게 느껴진다. 인물의 내면 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이 소설의 인물을 체화한 후 시나리오를 읽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