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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04. 2022

21년 10월 <다빈치 코드>, <크라임씬:세실 호텔>

표층 서사와 심층 서사, 그리고 다큐 끄적임

20211014-1015

<다빈치 코드> (2006, 론 하워드 감독, 왓챠플레이)

<천사와 악마> (2009, 론 하워드 감독, 넷플릭스)


음.. 지금 보니 어딘가 구성상 촌스럽게 느껴지는데,  그 당시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관객이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의 비밀을 파헤쳐야 하고. 성경과 가톨릭에 숨어 있는 비밀을 기호학자의 힘을 빌려 추리해야 하는 건데.. 사실 이런 류는 관객에게 추리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맥락을 이해하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에?

너무 관객이 사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깨닫는 순간에서 오는 쾌감이 목적이다. 이야기 자체의 진실을 알려주는 쾌감이 크다 보니, 이야기의 구성이나 다른 부분이 조금 빈약해도 깨달음의 쾌감으로 쉽게 몰입시킬 수 있다. 이것이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이겠지?

여러 조각상이나 회화를 보면서 미적 쾌감과 성스러움을 느끼는 순간도 흥미롭다. 성스러움과 살인이 동시에 입혀졌을 때 이질적 것 사이의 진동이 있고.


그러나 <다빈치 코드>가 <천사와 악마>보다 재밌는 이유는 심층 서사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천사와 악마>도 눈에 많이 드러나진 않지만 심층서사가 있긴 하다. 궁무처장이 가톨릭을 더 강력하게 만들려고  애써온 사실.

러나  <천사와 악마> 심층서사가 표층 서사의 내용( 추기경들을 연쇄 살인하고 있는 일루미나티 범인은 누구인가?) 비슷한 인상이 있다. 그래서 합쳐졌을  크게 시너지가 나지 않는  같다. 그래서인지인지 아닌지 명확친 않지만 여자 주인공은 분량상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표층 서사와 심층 서사에서 빗겨  있어 중요하게 안 느껴진다.

반면에 <다빈치 코드>의 경우, 표층 서사는 '누가 기사단 수장을 죽였는가?' 기사단과 가톨릭의 대립의 과정 이야기 내내 펼쳐준다. 누가 기사단이고 누가 가톨릭 쪽인가 반전의 반전( 당시에는 재밌었던) 재미를 준다. 표층 서사에서  주인공 여자는 피해자(수장) 손녀라는  말고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하지만, 심층 서사에서 피해자인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계속해서 암호를 가르쳐온 이유, 그녀가 예수의 핏줄임을 말하는 심층 서사가 드러나면서 표층 서사와 부딪히는 순간에 시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재밌어 지는 것이다.


영화 2시간 지점에서 (가) 표층 서사는 끝이 난다. 하지만, 심층 서사의 결말이 풀리면서 (진) 표층 서사가 끝나고, 기호학자는 마리아의 무덤이 진짜 어딨는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


이 시리즈는 '반전에 반전', '가톨릭의 숨은 비밀', ' 옆의 이가 적이다', 라는 지점 관객에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속편도 ' 옆의 이가 적인데,  중에 누굴까?’ 셉트로 갔다.

‘천사와 악마’의 속편은 궁무처장이 폭탄을 안고 하늘로 올랐을 때, 목숨을 버릴 각오라는 지점에서 결백을 관객에게 보여주지만, cctv로 반전을 준다.

cctv라니.. 너무 짜친다.. 그것도 우연히..


20211019~1020

<크라임 씬:세실 호텔 실종사건> (2021, Joe Berlinger 감독, 넷플릭스 4부작 다큐)

기분 나쁜 호텔 얘기는 어디든 있다. LA에 1910년대 초호화 700룸의 호텔이 생겼고, 곧 대공황으로  망하면서 노숙자들의 성지가 된다. 이후 80년대에 저소득층과 범죄자, 사창가 소굴이 되면서 살인과 자살이 끊이지 않은 호텔. 거기서 사라진 중국계 21살 여성이 있다.


4부작에서

1부는 사라진 여성의 정황을 위주로. 그녀가 처음으로 여행을 왔고. 인상착의는 어땠으며. 어디를 들렀고. LA 담당 형사 인터뷰 위주로 구성된다. 이 호텔의 역사와 함께 스키드 로란 거리의 특성과 얼마나 위험한지, 거리에서 해코지를 당했을 수 있다는 식의 암시를 뿌려 놓음.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그 영상에서 그 여성의 미스터리 한 행동에 집중함.

2부는 그 미스터리 한 영상을 둘러싼 웹 탐정들의 얘기. 경찰이 못한 수사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는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구성됨. 영상의 타임코드가 뭉개져있다. 그리고, 이 여성은 호텔 밖을 나가지 않았다는 증거를 들이밀며, 호텔 안에 얼마나 많은 위험 분자들이 들락거리는지 연쇄 강간살인범 위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여성이 호텔 물탱크에서 시체로 발견됨을 보여줌.


3부는 시체에 대한 경찰 수사 의문점들과 왜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지. 검사 결과 체크가 오류가 있는지. 이상한 우연들을 보여주면서, 경찰-호텔 매니저와 관리인- 앨리사 램 이 모두가 정부의 음모로 꾸며졌다가 살해당한 것처럼 얘기가 옮겨져 간다. 신기한 건, 그녀가 마지막 방문한 the last bookstore의 주소를 복사해서 캐나다 홈페이지에 넣으면 그녀의 묘지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세실 호텔에 머물렀던 뮤지션의 음악 가사가 ‘차이나’ ‘차가운 물속’이란 것과 연관시켜서 마녀사냥을 한다.

정말 내가 봐도… 뮤지션은 뮤지션일 텐데….  


4부.  이 모든 해프닝은 21살 소녀의 정신 불균형, 즉 양극성 장애 때문에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자살한 것으로 얘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혼자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으며, 옥상까지 올라가서 혼자 옷을 벗고 물탱크에 빠졌다는 것.

관리인은 물탱크가 열려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경찰은 물탱크 문이 닫혀있었다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경찰 초기 수사에 물탱크 문이 열려있었다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결국 경찰이 초동 현장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감추려고 발언한 것이 … 타살 논란을 일으켰단 거? 마지막에 모든 웹 탐정들이 그때  자기가 너무 심취했었다는 자기 고백적 말을 하며 끝나버린다.


대체…. 이런 구성의 다큐는.. 관객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재밌었다. 보는 동안은. 말초적으로 상당히.

<계단, 아내가 죽었다>와 비교하면 쓰레기 본 것 같은 기분. ‘아내가 죽었다’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던 남자가 살인자로 몰린자. 지난하면서도 자극적인 자판과정과 수감생활 후 다시 재판받는 남자의 10년간의 시간이 시리즈로 재현된다.  과연 인간이란 뭔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끔 한다.

반면 < 크라임씬: 세실 호텔> 시리즈는 1부에서 알려줄 수 있는 얘기를 굳이 4부까지 감추고, 2부에서 소녀의 죽음을 ‘짜잔’ 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히 그녀가 자신의 상태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을 조금씩 뿌려놓다가 마지막에 그녀의 멘털 문제로 자살했다는 식으로 결론 내는 이런 방식은 정말이지  다큐멘터리가 얼마큼이나 실제 사람을 도구로 잘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안 좋은 사례이다.

론 하워드가 프로듀서를 했다니… 참…

탐사보도는 범인 찾는 이유라도 있겠지만..

자극적 연출 방식으로 관객들 꼬시기에는 성공했을것 같긴 하다.

이런 것들 때문에 점점 더 다큐멘터리에 부정적 감정이 드는 것일 수도… 나라도 저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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