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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Jan 04. 2022

21년 9월 <원더풀 라이프>, <제 8일의 밤>

아이 러브 히로카즈

20210901

<원더풀 라이프> (199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왓챠플레이의 이동진의 영화 리뷰 들으려고 다시 보다.

예전에도 보는 내내 재밌는 작품이라기보다 생각할게 많아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2012년도쯤에 봤을 것이다. 그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작품의 구성을 짜기 위해, 이 작품의 역구성을 하겠다고 2절지 4장을 연결하여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2절지 사겠다고 홍대 호미화방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손으로 쓰고 그림을 그려서… 아마 4-5번 정도 꼼꼼히 봤을 것이다.

그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달이 가짜’라는 것이었는데, 오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빨간 구두 할머니가 오빠 불단에 얘기하고 왔다고 촬영하는 장면이다. 정말 저 할머니의 웃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잊히지 않긴 하다. 이동진의 설명을 들으니 좀 더 많이 와닿는다.



이 프로젝트가 매력적인 것은 ‘당신이 죽을 때 가져갈 추억을 재현하겠다’는 콘셉트로 일반인들을 데려다 촬영한 것. 이 부분이 다큐도 극도 아닌데 , 아주 묘하게 잘 붙었다.

이 다큐 푸티지가 잘 붙는 이유는 극의 주인공들이 림보의 추억 재현 담당자들이고, 죽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사람들은 죽음 앞에선 진실해지니까. 사실인(사회적 배우)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본래적’인 것이 쏟아져 나와  풍부해지는 것 같다.

실제 인터뷰 다큐 푸티지와 인터뷰하는 설정의 극영화 푸티지가 혼재됐음에도 자연스럽게 톤이 연결된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인터뷰는 확실히 발성과 얼굴 근육이 다르다.

비행 연습으로 자기 추억을 말하는 30대  남자의 눈빛도 다큐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어쩜 저렇게 집중하고 좋아할 수 있을까… 저런 눈빛은 현실 배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눈빛이다.

다큐의 진실의 무게는 이렇게 찰나에 스쳐가기 때문에 완벽한 짜임새를 추구할 때 가장 동떨어진 곳에서 발생한다.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과 같다고 해야 할까.


20210902

< 제 8일의 밤> (2021, 김태형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네이버에 검색하자마자 별점 1점 나오면서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 처음이라고.. 나만 재미없진 않았나 보다. 하지만, 내가 재미없어했던 <인질>은 꽤 재미있어들 하는 것 같으니.. 다 나와 같진 않은 듯.

보통 이런 류의 영화를 중간에 멈추면서 보기란 쉽지 않은데… 그렇게 된 이유는.. 긴장감을 잘 못 살렸단 건데.. 어쨌든 왜 이렇게 재미없었을까 분석을 해보자.


일단, 스님들이 나오는 소재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지 않다.

아주 오래전에 조폭영화에서 스님들이 나왔지만( <달마야 놀자>), 그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주인공이 스님이 아니라 주인공이 조폭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문제적으로 보이는 것은,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를 정확히 세워두지 못한 걸로 보인다. 그래서 나머지 인물들이 방향성을 잃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기획과 제작 크레딧에 ‘이성민’ 배우의 이름이 보이는데, 시나리오와 연출에 얼마큼 개입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간혹 배우님들이 기획에 참여했을 경우, 작품의 기획의도가 많이 다를 수 있다.


영화 초반에 청석이라는 젊은 스님이 선화 스님을 찾아가서 요괴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막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그렇다면, 프로타고니스트는 청석, 안타고니스트는 요괴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다른 차원의 작가적 문법을 추구한 것 같진 않으니 이렇게 해석하는 게 무방하다.

그런데 청석은 전달자 역할 말고는 딱히 행동을 하지 않는다.

선화 스님인 이성민이 나오면서 주인공이 이성민으로 바뀌는데, 이성민은 요괴와 싸우기보다는 형사와 싸우고 있다.

 

형사는 이상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면서 범인을 쫓던 중인데, 자신의 후배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걸 봤음에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형사는 선화 스님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나오다가 요괴에게 처단을 당한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자라면, 좀 더 열심히 방해하거나, 좀 더 의미 있는 행동을 하다가 죽어야 하는데… 방해도 제대로 못하고, 한 두 번 투닥거리다가,  힘없이 한 방에 죽는다.


청석이와 처녀보살은 어릴 때 사연이 있는데, 뭔가 제대로 의미 있게 풀어지지 못해 분량만 차지하는 인상을 준다.

청석이가 선화스님의 과거 가해자의 아들인데, 선화 스님이 데리고 살면서 어떤 정이 들었다면  정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보여준다.


처녀보살은 처음 고고학자의 양녀인 것 같은데, 그것 말고는 무슨 역할인지 잘 모르겠다. 자기가 죽은 자인지 모른다는 것. 그게 뭐 어떻다는 건지… 마치 <식스센스> 같은 편집을 보여줘서..

'지금까지 청석이가 귀신과 다녔던 것입니다.'를 보여주는 이유는, 귀신 딸이 요괴의 하수 같은 거라는 걸 알려주는 거겠지…?


명상 센터도 별로 의미 없이 지나쳐가고.  거기서 7명이 모였다는 것. 모두 죽었어야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서... 그다음이 없다. 큰일이다. 남의 일 같지가 않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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