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강머리 Mar 28. 2019

엄마의 아빠는...

내게 너무 나쁜 당신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넌 어땠을까”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는 친구의 문자 내용이다.

21살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그해 가을, 추석을 지나고 생신을 하루 앞둔 날 내 손을 잡고 있던 아버지의 손에 힘이 빠지던 그 순간을 아직도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두 남동생이 “아빠~~”를 부르며

마당을 들어서던 그 순간에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 내게 어른들은 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복 덕분에 지금까지 이리 잘 살고 있는 건지?

종갓집 장손이 돌아가셨으니 장례는 성대했다.

돌아가신 분 때문에 슬픈 것보다 장례식

손님 치르는 일이 잔칫집같이 들썩였다.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니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고3이던 아래 동생을 대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고1이던 막내 동생은 공부를 버리고 딴 길로

샜다.

멍해진 엄마를 위로하고 동생들 챙길 겨를도 없이

회사에 출근을 했고, 결국 일주일을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남들을 보는 것도 새삼 올라오는 슬픔을 이겨내는 것도 내겐 너무 벅찬 일이었다.

한 달쯤 자취방에서 처박혀 있다가 시끄러운 야구장을 다니며 정신을 차리고 새 직장을 구했다.

다행히도 나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생활은 편했고 아버지의 죽음은 그렇게 잊혀갔다.

절대 아버지의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리움과 볼 수 없는 현실이 맛 닿을 때는 정말 죽을 맛이었으니......//

두 딸이 묻는다.

“엄마의 아빠는 어떤 분이셨어?”

“ 아빠는 참 좋은 분이셨어.... 아주 좋은 분”


그런데 이제 그 아버지의 기억을 꺼낸다.

그 긴 시간 투병을 하며 가족을 고생시키다가

일찍 돌아가셨으니...

내게 아주 나쁜 아버지셨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