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에 바람이 솔솔솔...
왜자꾸 입안에 침은 가득고이는지, 달콤한 믹스커피 한잔을 들고서 쇼파에 누웠다. 두 딸을 등교시키고 남편마져 나가고 나면 이제야 내세상이다.
열어둔 베란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오늘도 예사롭지 않다.
시원하면서도 약간은 비릿하며 끈적거림까지...
'비가 올 모양이군!'
아침 일찍 돌려놓은 세탁기는 빨래를 마쳤다고 '삐삐'신호를 주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버리고 싶지않다.
한참을 그렇게 '멍'때리고 커피잔 바닥에 갈색얼룩이 마를 때 쯤에야 할 일이 눈에 띈다.
' 아, 이렇게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하기싫다는 생각이 수십번, 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싶은 맘도 쭉~
내가 없어도 돌아갈 세상인 것 같은데, 꼭 이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 어찌어찌 하루하루를 보낸다.
남들과 다른 수순으로 오후부터 시작되어 밤이 되어 끝이나는 일때문에 오전, 잠시 이 시간에 여유를 부리면 꼭 죄를 짓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