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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Jul 31. 2022

가장 이쁜 날

남편의 카메라

드라이브나 하자며 남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벌써 3주째 극심한 오심과 구토로 힘들어하고 있는 내게 지루한 주말을 함께 보내자고……

주말 요양병원은 아주 한가합니다.

가족들의 면회와 더위를 피해 산책하는 사람들 외에

특별한 진료가 없는 날입니다

톨게이트를 디나 배내골로 들어갔습니다

때마침 휴가철이라 계곡마다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이 좋은 곳을 잘들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합니다

밀양댐 꼭대기에 다가올 때쯤 또 구토를 했습니다

남편에게도 이젠 익숙한 모습이라 별말 없이 등을 두드리며 점심에 먹은 게 과일밖에 없냐며 타박을 합니다

두어 숟가락 떠먹은 잡곡밥은 숨고 오렌지와 파인애플 흔적만 가득했습니다

댐 부근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남편은 그때부터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게 사진 찍는 걸 싫어하던 남편은 내가 아프고 나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눈물이 나서 제대로 카메라를 볼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마지막을 남기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토해내고 편해진 속이지만 기운이 더 떨어집니다

요양병원 근처로 와서 매스꺼운 속을 달래고 싶어 매운 쫄면을 먹자고 졸랐습니다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고 고기만 고집하던 남편인데

이제 내가 뭘 먹는다고 하든 그대로 내 의견을 들어준다.

음식을 기다리는 내내 남편은 카메라를 갖다 대며 사진을 찍는다


“지금이 가장 이쁜 모습이잖아”

죽음이 내 가까이 온 걸까?

남편의 카메라가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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