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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PM Oct 06. 2022

여러분의 인생은 안녕하십니까?

에반게리온 3.0+1.0 감상문(스포)

"인생은 안녕하십니까?"

감독이 나에게 물었다.

대답했다.


"그래도 열심히 사는 중입니다."


영화평점은 의외로 처참하다.

그러나 최소 8점은 주고 싶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감독은 영화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TV시리즈의 습관이 발동이라도 되었나?


극장판 2편인 파의 평점은 9점이 넘는다.

파에서는 단순한 전개와 클라이맥스가 명확하다.

한마디로 에반게리온 오리지널과

감동에 충실했다.


그러나 4편인 3.0+1.0은 완전히 반대다.

기존 TV시리즈 에반게리온을 부정했다.

여자 주인공 아스카마저 인간이 아니다.

복제인간 수준으로 설정했다.


또한 감정의 만족이 아닌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즉 감독은 에반게리온 극장판 4편 전체를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인가 무엇인가?

이런 고민으로 채워버렸다.


원레 에반게리온이라는 시리즈 자체가

퍼즐이다. 결코 친절하지 않다.


추상적 사고, 상징 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마치 프리즘을 통해 진정한 색을 보기 위해

독자가 직접 머리를 계속 굴러야 한다.


요번 작품은 TV시리즈 보단

덜 부정적 감정에 침식되었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쪽으로나마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제갈 PM은 여기에 만족한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 오면

감동보단 질문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 성취, 이별, 사별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감정으로 끝나면 정말 남는 게 없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어떤 걸 배우고,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지가 중요하다.


요번 글에서 내가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며 감상문을 적어본다.


구조는 질문을 유발하는

10가지 주제 +1.0가지의 결말로 구성되어있다.

세부 내용은 인물들의 대화로 근거를 대었다.



1. 고통과 행복

프랑스 파리에서 할리우드식

사도와의 전투 장면이 끝났다.


그리고 3편에서 고립된 신지, 아스카, 레이는

결국 마을 안전지대로 복귀하게 된다.


여기서

신지가 머무는 장소,

레이가 머무는 장소로 연출은 나눠진다.


신지가 머무는 장소는 음산하기 짜기 없다.

황폐화된 세계를 상징하는 핏빛으로 뒤덮인

버스가 둥둥 떠다니는 집이다.

그리고 아스카는 신지에게 냉혹하기 그지없다.


신지가 제정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을 억지로 입에 쑤셔 넣는다.


그에 비해 레이가 머무는 장소는 화기애애하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일상이다.


그리고 순수한 호기심, 행복

그 자체인 레이를 담았다.

레이가 물었다


"안녕이 뭐예요?"

"응, 그건 친해지자는 주문이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작죠?"

(아기를 보며)

"저건 뭐죠?"

(고양이를 보며)


그리고 이런 행복한 장면과 신지의 갈등 장면이

교차한다. 관객에겐 진짜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작중 인물이 말한다.

"원래 인생은 고통과 행복의 연속이지"


그렇다. 감독은 이런 장면을 통해

사람들과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2. 정해진 것


 아스카가 레이에게 말했다.

"너희 아야나미 타입은 원래 신지에게 호감을 갖도록 설계되어있어."

그러면서 자기도 '아스카 타입'이라고 말했다.


레이가 답했다.

"그래도 좋아."


고통과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타고날 때부터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것이다.


그래도 이것에 벗어날 수 없다.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3. 유한함


레이는 네르프 기지에서 밖에 살 수 없다.

즉 배터리가 있는 것 같다.


한창 삶의 행복을 느끼던 레이는

레이는 자신의 유한함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유한함은 소중함과 감사함을 준다.


그렇다. 우리 삶에도 언제나 유한함 있다.

과학기술상 인간의 수명이 130 혹은 300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신체를 가졌다.


실상 시간만 다를 뿐

인간의 몸은 레이의 배터리처럼 유한하다.

소중함 그리고 감사함.


4. 가족

신지의 학교 동창이었던 토우지가 말했다.

"가족을 가지니 뭐라도 하게 되더라고"


그러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가족을 부양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제갈 PM은 자식이 없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부모 수준의 책임감을 가져보지 않았다.

자식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5. 각오

레이는 자신의 유한함을 알고 각오했다.

그리고 신지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작별인사는 복제인간으로서 순수의 그 자체였던

그녀가 배운 중요한 단어들이었다.


고마워, 안녕..


그리고 그녀의 검은 슈트가

죽을 때 입는 수의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신지 눈앞에서 물이 되어 터졌다.


신지는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현실을 직시한다.


6. 인간

아스카는 복제인간 그리고 인조인간쯤 된다.

신체가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머리카락은 자란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같은 파일럿인 마리가 잘라준다.

마리가 말했다.


"머리카락은 번뇌를 나타낸데."

"역시 공주(아스카)는 인간이야."


자신이 인간이 아닌 아스카의 불안을 잠재우는

마리는 "고뇌함으로써 인간이다."라며 위로한다.


정말 가끔 사람은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노트 토크 톡방에 한 분께서

"공부를 하다 보면 결국 모든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네요."

라고 말했다.


감독인 안노가 불안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번뇌와 고민을 가졌기에 그대라는 인간이 빛납니다."


7. 전투

모든 인물들이 각오를 하고,

남극 골고다 고원에서 최후의 전투를 한다.

이지스 구축함을 방패로 쓰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함선으로 출격한다.


이때 제레의 부사령관과 대결을 한다.

아군 함선보다 좋은 함선과 3:1의 결투를 한다.


미사토는 목표지점까지 전략에 충실했다.

아스카가 탄 에반게리온을 적의 핵심까지 보냈다.

모든 것이 작전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겐도의 함정이었다.

함선은 박살 나고, 지하에 도착한 아스카는 당했다.

13호기는 깨어났고, 아스카를 흡수했다.


본 전투는 경쾌한 브금으로 시작해,

마이너스 세계,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무거운 브금으로 끝난다.


타이슨이 말한 대로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진.."


8. 감각이 아닌 기억으로 인지하는 세계

마지막 전투 공간은 참으로 재밌다.


그곳은 우리가 시각, 청각 등으로 인지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의 기억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세상이다.


매트릭스보다 훨씬 어려운 연출이 요구된다.

이를 감독은 기존 에반게리온 배경 등으로 표현했다.


신지 입장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사토 집, 네르프 본부가 있는 지역이 나온다.

미사토 집에서 거대한 에반게리온 두대가 싸우기도 한다.


겐도의 시점에서는

혼잡한 화면이 나왔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있어서 큰 피로감을

주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겐도가 말했다.

"현실과 상상의 매개 그것이 에반게리온이다."


감독이 말하는 에반게리온은

단순히 좋은 볼거리가 아니다.

인생과 경험이 프리즘으로 투영된 무언가 이다.


연출이 다소 매트릭스처럼 고급지진 않는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고 본다.  


9. 겐도 vs신지

겐도와 신지의 대결에서 물리적 힘은 의미가 없었다.

겐도는 신지의 정신을 말로 압박한다.

인물들의 내적 갈등이 나온다.


이런 갈등은 감독 자신이 했던 갈등이다.

그리고 독자들의 갈등이다.


원래 독자는 영화 속 캐릭터의 갈등에 공감하며

자신의 갈등을 투영한다.

이에  따듯한 대사로  답한다.


"고생했어, 괜찮아"


그리고 갈등 속에서 희망을 본다.

미사토는 신이 인간에게 인간에게 준 선택지,

운명을 거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이라는 것은 꼭 현실적으로 파악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전쟁사를 공부하다 보면 국가의 운명을 둔

한 판 승부에서 언제나 유리한 고지만을 가질 수 없다.


명장들의 시작은 다 같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에서 희망이라도 가져보자"


개인의 인생에서도 언제나 유리한 상황에서만

운명과 승부를 벌일 순 없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 희망이 남은 것은

상징이 아닌 현실 그 자체다.


10. 리더는 책임이다.

미사토가 함선을 들이박는다.

마지막까지 그녀 옆에 있던 건 아들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신지에게 애디셔널 임팩트가 가능한 무기가 생겼다.

신지는 결국 자신과 초호기를 파괴하려고 마음먹는다.


이때 신지 어머니의 영혼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를 대신에 초호기와 함께 희생한다.


예전에 어떤 글에서 뻔한 클리셰라고

이 연출을 비웃었다.


그러나 제갈 PM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외에 더 나은 선택지는 존재할까?"


거창한 리더가 아니더라도,

리더가 할 수 있는 최후의 행동은 딱 하나다.


책임감으로 결정적 순간에도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다.

역사의 모든 리더들은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1.0 새시작

최후의 빌런이 소멸되고,

하늘에서 봉인되었던 전 세계 사람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의 갈등이 종료된다.


신지와 마리 커플이 이어진다.

화면은 우리가 사는 도심의 뷰로 끝난다.


에반게리온은 겐도가 말한 대로이다.

"현실과 상상의 매개 그것이 에반게리온이다."

겐도는 감독을 외모마저 꼭 빼닮았다.


감독은 에반게리온  마지막 편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과 인생에 대해 고민과 상상을했고, 관객에게 현실을 물었다


"여러분의 인생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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