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간 상당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 2023년 2월 5.4%에서 2024년 2월 2.5%로 2.9%p나 하락했지만, 연준의 2%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24년 3월 FOMC에서도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하락 폭이 0.4%p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물가안정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80년대 초반과 후반의 디스인플레이션 경험을 돌아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상품 물가는 빠르게 떨어진 반면, 서비스 물가는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하락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죠. 이는 물가안정의 마지막 단계(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에서 서비스 부문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Figure 1>은 에너지, 비에너지 상품, 비에너지 및 비주거 서비스, 주거 부문 등 핵심 품목의 전체 인플레이션 기여도 추이를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에너지와 상품 부문의 물가변동성이 가장 컸는데, 두 부문 모두 기여도 변동 폭이 6.3%p에 달했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을 주도한 것도 이들이었죠. 2022년 6월 정점에선 두 부문 모두 제로 수준에서 각각 2.4%p, 2.3%p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서비스는 상품보다 변동성이 작아 기여도가 대체로 1~4%p 내외에 머물렀습니다. 가장 안정적이었던 건 주거 부문인데요. 1992년부터 물가 기여도가 통상 0.5%p 선에서 등락했습니다. 다만 2023년 4월에는 일시적으로 1.3%p까지 뛰기도 했죠.
<Figure 2>는 세 차례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의 품목별 물가상승률 추이를 좀 더 자세히 보여줍니다.
1980년 1월, 1989년 4월, 2021년 7월 시점부터 PCE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후 떨어지기 시작한 모습인데요.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주거에 비해 일찍 하향 안정화되었습니다. 1980년엔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정점 후 3개월 내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주거는 8개월 후까지 상승세가 이어졌죠.
1989년에도 주거가 정점을 찍은 건 나머지보다 17개월 정도 늦었습니다. 최근 사이클 역시 주거와 서비스는 상품 대비 각각 12개월, 8개월 가량 지연된 모습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상품이나 주거 대비 훨씬 완만한 속도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진정되는 점입니다. 실제로 1980년엔 상품과 주거가 정점 후 23개월 경 장기평균 수준을 회복했지만, 서비스는 33개월이 소요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는 하락 폭 자체가 컸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 모두 정점 대비 약 5%p 내외 떨어지는 데 그쳤거든요. 서비스의 경우 속도가 더딘 게 문제였던 겁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연준의 2%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중 가파른 상품 물가 하락이 전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렸지만, 향후 속도는 서비스 부문에 의해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별한 충격이 없는 한 더딘 속도의, 점진적 서비스 디스인플레이션이 예상됩니다.
출처 : "Historical Disinflation Episodes: Which Falls First, Goods or Services?", 세인트루이스 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