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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풋의 발동 조건

by 원스

지난 한 주간, 미국 금융시장은 극도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례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100년 만의 최고 수준" 관세 부과 선언은 월스트리트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미국 대 세계의 무역전쟁"으로 규정될 만큼 광범위한 충격파를 일으켰습니다.


불과 5거래일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10조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동시에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현상은 주식시장 급락 속에서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폭락하면 투자자들은 국채로 도피하면서 금리가 하락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세로 돌아서며 4.30%를 다시 넘어섰고, 30년물 금리는 팬데믹 이후 최대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블룸버그는 "2년물과 30년물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요동치는 극단적 변동성"을 보였으며, "1998년 기록 시작 이래 두 금리가 동시에 이런 극단적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주가와 국채금리가 동반 하락과 상승을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라더스 파산 시기처럼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만 목격되는 패턴입니다.


그러나 이 극심한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4월 9일 정오 직후(미국 동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관세 유예' 조치를 전격 발표하며 상황이 급반전되었습니다.


발표 직후,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반등했고, 나스닥 지수는 200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중 급등했던 부분을 거의 되돌리며 안정을 찾았습니다.


블룸버그가 표현한 대로, "금융시스템이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고 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극적인 전환의 트리거가 대통령 자신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트럼프 풋(Trump Put)'이라는 개념을 재조명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시장을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를 의미하며, 2018년과 2020년의 시장 반등 당시에도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트럼프 풋이 작동하는 조건이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주식시장 하락이 아니라, 국채시장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변동성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국채시장의 혼란은 단기적 수급 불균형을 넘어, 미국의 만성적 재정적자 확대와 유동성 구조의 취약성, 그리고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충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긴장 속에서 장기금리는 위기 시점에도 상승하는 역설적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트럼프 풋'의 진정한 임계점이 단순한 주가 하락이 아닌, 국채시장과 장기금리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폭락은 감내하던 행정부가 국채시장의 기능 마비 조짐에 즉각 대응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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