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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금리 급등 이유, 헤지펀드 전략 붕괴의 전말

by 원스

최근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장기금리 급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조차 대규모로 매도되며, 시장은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 상태에 빠졌습니다.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할 때는 국채가 매수되며 금리가 하락하는 흐름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주식과 국채가 동시에 투매되는 ‘동반 리스크 오프’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심리적 공포 이상의 구조적 원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본드-스왑 스프레드 거래 전략’의 붕괴, 그리고 그 배경에 놓인 은행자본 규제(SLR :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의 역할입니다.


금리차를 활용한 차익거래 전략, 그 구조와 함정


국채와 이자율 스왑(IRS) 금리 간의 금리차, 즉 본드-스왑 스프레드는 시장 구조를 가늠하는 유의미한 지표입니다.


과거에는 스왑금리가 국채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는 스왑거래에 내재된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금리 기준이 LIBOR에서 SOFR로 변경되며 신용 프리미엄이 제거되었고, 국채금리는 공급 증가 및 규제 요인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특히 장기물에서는 국채금리가 스왑금리를 웃도는 ‘마이너스 스프레드’가 지속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 금리차는 헤지펀드에게는 하나의 수익 기회로 해석되었습니다.


금리차가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국채를 사고 스왑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포지션, 즉 스프레드 확대 전략이 대규모로 설정되었습니다.


기대에 쌓인 시장, 예기치 못한 붕괴


2024년 말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시장은 금융 규제 완화 특히 SLR 규제에 대한 조정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연준의 파월 의장 또한 2025년 2월 의회 발언에서 SLR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 기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채 수요 확대 전망이 제기되었고, 이는 스프레드 확대 기대를 낳았습니다. 다수의 투자은행들이 스프레드 확대 전략을 추천했고, 시장 참여자들은 일제히 해당 포지션을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4월 초 미중 간 무역 마찰이라는 외생 변수는 시장을 급격히 흔들었습니다. 국채는 오히려 투매되었고, 레버리지 기반 스프레드 포지션은 마진콜에 내몰렸습니다. 국채금리의 급등과 함께 스프레드는 급격히 축소되며 전략은 붕괴됐고,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였습니다.


SLR 규제가 남긴 흔적


SLR은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로, 은행이 위험 자산이든 안전 자산이든 총자산 대비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합니다. 국채 역시 이 규제의 적용을 받기에, 은행이 국채를 보유할수록 자본비율 관리에 제약을 받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국채 매입에 적극 나서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이번 급변 시기에도, 은행은 시장 안정에 개입하기보다는 방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규제의 존재가 시장의 완충 기능을 제한했던 셈입니다.


제도적 시사점과 시장 인프라의 과제


이번 사례는 국채시장 구조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시장은 ‘정책 기대 → 현실과의 괴리 → 기대 붕괴’라는 전형적인 경로를 거쳐 불안정성에 빠졌고, 규제의 유연성 부족이 그 충격을 더욱 키웠습니다.


향후 SLR에 대해 평시와 스트레스 시기를 구분하는 탄력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연준의 스탠딩레포기구(SRF) 기능 확대, 국채시장 유동성 공급자 범위 확대, 중앙청산 시스템 보강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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