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월 4일) 발표된 미국 5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49.9를 기록했습니다. 50을 기준으로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습니다.
ISM PMI는 50을 중심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구분하는데, 50 미만이라는 의미는 서비스 부문 경기가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신규주문 지수(New orders)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신규주문 지수는 지난 4월 52.3에서 이번 달 46.4로 급락했습니다. 신규주문의 빠른 감소는 앞으로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표적 신호입니다.
실제로 ISM 보고서의 현장 코멘트를 보면, 기업들이 주문을 줄이거나 재고 축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세 인상과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신규 발주를 보류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코멘트가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은 오히려 더 강해졌습니다. 서비스업의 지불가격지수(Prices)가 68.7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수요가 줄고 있는데도 서비스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 때문입니다.
ISM 보고서 속 기업 관계자들은 “관세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져 결국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서비스 부문의 높은 비용 압력은 결국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서비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ISM 서비스업 지표는 최근 미국 경제가 마주한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한편에선 신규 주문이 줄고 수요가 위축되는데, 다른 한편에선 관세라는 비용 충격으로 인해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으로 고착된 장기적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린 관세 충격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 경제지표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경제 흐름은 이러한 과도기적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즉 노동시장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물가 상승 압력도 결국 노동시장과 소비가 얼마나 오래 지지해 줄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