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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 Mar 12. 2021

YCC(Yield Curve Control)의 이해

미국, 호주, 일본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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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40년대 : YCC의 원조 - 수익률 곡선 전반을 끌어내리는 YCC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에서 YCC가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1942년 연준은 재무부의 전쟁비용 조달을 지원하고자 수익률 곡선 전반을 일정한 밴드로 고정시키는 YCC를 시행했습니다. 


연준은 재정증권 금리를 0.375%, 1년물 국채금리를 0.875%, 10년물 국채금리를 2%, 16년물 국채금리를 2.25%, 최장기물 국채금리를 2.5%로 고정했습니다.


이 당시 연준의 YCC 도입 목적은 명백하게 시장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장기국채를 매입하는데 집중했습니다(금리가 낮아질 수록 국채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래서 연준은 만기가 짧은 재정증권을 주로 매입했습니다.


뉴욕 연준에 따르면, 1945년 말 즈음에 미국 재정증권 발행 잔액의 약 75%가 연준 계정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장기물 국채 발행을 늘렸으나, 연준 계정에 남겨진 장기채권은 1941년 말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연준이 장기 국채를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시장 참여자들이 알아서 장기 국채를 충분히 매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보유한 국채 총잔액은 1941년 말에 약 22억 5000만 달러였고, 1945년말에 242억 6000만 달러였습니다. 약 10.8배 증가했습니다.


2. 2002년 : 버냉키의 YCC ① - 국채 금리 상한을 막는 YCC


21세기 들어 YCC를 다시 꺼내 들었던 사람은 벤 버냉키였습니다. 그는 2002년 11월에 "디플레이션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는 연설에서 '국채 금리 상한제(일드캡, Yield Cap)'을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버냉키는 제로금리 포워드 가이던스와 헬리콥터 머니 등 5가지 대책을 소개했습니다. 이 중 YCC를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다시피, YCC의 최대 장점은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크게 늘리지 않아도(중앙은행이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국채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준이 정한 수익률 상한선은 가격 하한선에 풋옵션(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무제한 매수개입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고, 가격이 하단에 근접할 때 거의 위험부담 없이 국채를 저가로 매수할 수 있습니다.


이 당시 버냉키가 제시했던 YCC 또한 1940년대 원조 YCC와 마찬가지로 MF(Monetary Financing, 화폐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의 일환이었습니다.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인한 국채 발행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국채를 매입하여 금리 상승을 차단하는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지난 3월에 호주 중앙은행이 도입한 YCC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YCC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호주 정부는 총 480억 달러 규모의 재정부양 패키지를 마련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의 YCC 도입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YCC 도입(3년물 국채금리에 0.25% yield cap)에 수익률 곡선 전반이 하락했습니다. 다만,  중장기 국채 금리의 낙폭이 크게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 2010년 : 버냉키의 YCC ② - 출구전략이 내재된 YCC



2010년 10월 15일 FOMC에서 추가 부양 수단으로 YCC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버냉키에 따르면, 당시 연준은 '만기까지 2년 남은' 특정 국채의 금리(0.10%)를 타겟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방안은 1940년대에 시행했던 YCC와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국채 금리에 대해서만 통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버냉키는 10년물 국채금리를 타겟팅하는 것에 대해 "10년 간 제로금리를 시행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고 무모하며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둘째, 타겟팅하는 국채의 만기가 자연적으로 계속 짧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타겟팅 대상은 '2년물 국채금리'가 아니라 '2년 뒤에 만기가 도래하는 특정 국채 금리'였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드리자면, 발표 당일에는 '2년물'이 타겟팅 대상이지만, 그 다음달에는 1년 11개월물 국채 금리, 그 다음 해에는 1년물 국채 금리가 연준의 통제 대상 금리가 되는 것입니다.




즉, 2010년에 연준이 검토했던 YCC는 '출구전략(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경제에 부작용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 서서히 거두어 들이는 전략)'이 포함된 부양책이었습니다.




셋째, 배경과 목표도 1940년대와 달랐습니다. 2010년 당시 연준은 다소 애매모호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예외적으로 낮은 정책금리를 보다 연장된 기간 동안(for an extended period)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구체화하기 위해 YCC 도입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FOMC에서는 QE2(양적완화 2)를 결정했습니다. 



YCC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나아갈까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제로금리 포워드 가이던스는 그 다음해 8월 성명서에서 "적어도 2013년 중반까지(at least through mid-2013)"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결국, 2010년의 YCC는 경기 개선 방향이 뚜렷하여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거나 연준이 제로금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부양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출구전략이 포함된 당시의 YCC는 시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긴축 신호로 해석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4. 2016년 : 일본중앙은행의 YCC - 금리의 하락을 막는 YCC


일본중앙은행(BOJ)은 2016년에 YCC를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는 1940년대 미국이 처음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YCC를 통화정책에 도입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당시 BOJ의 결정은 결코 '부양책'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YCC의 본질적인 목적은 국채 금리가 튀어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BOJ의 YCC는 그 반대, 금리의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2016년 1월 BOJ는 예치금 금리를 마이너스 0.10%로 인하했습니다. 이후, 일본 국채시장의 수익률곡선은 10년물까지 모두 마이너스 금리로 하락했습니다. 9년물 금리까지 모두 정책금리(기준금리) 밑으로 역전되었습니다. 10년물 금리마저 초단기 금리보다 더 하락할 기세였습니다(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위의 참고 포스팅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수익률 곡선의 역전(장단기 금리 차 역전)으로 은행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BOJ는 YCC를 도입한 것입니다.


따라서, BOJ의 YCC 사례는 현재의 연준에게 별로 참고할만한 사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2010년에 논의되었던 '출구전략이 포함된 YCC'를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YCC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그 세부 내용을 확인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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