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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pr 28. 2020

회사 내 역할 갈등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19일 수요일

  나는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지만 월급을 입금하는 경리이기도 하고, 루네를 픽업하는 로드매니저이기도 하며, 음반작업할 때는 A&R을 담당하기도 한다. Y도 마찬가지이다. Y는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의 이사이지만 4대보험을 관리하고 급여 명세서를 작성하는 경리이기도 하고, 역시 루네를 픽업하는 로드매니저이기도 하며, 대표인 나의 잡무를 맡아 하는 내 비서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우린 자연스레 엄청난 역할갈등을 겪게 됐다. 이를 개선하고 싶지만 개선하려면 직원을 더 뽑아야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투입 대비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대표인지 헷갈릴 때가 있고, Y 역시 자신이 큰 책임감이 있는 이사인지 헷갈려할 때가 있다. 나야 내 회사니까 좀 덜 하지만 Y는 본인이 갖고 있는 이사 타이틀과 동떨어진 행동들을 할 때가 있고, 그게 우리의 주된 갈등 포인트 중 하나이다.


  싸울 때 감정이 격해져서 “네가 인턴이랑 뭐가 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에 Y는 적잖이 상처 입었나보다. Y는 지난 해 가을에 내가 한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하며 종종 이야기한다. “나 그 때 정말 상처 입었어.”


  나에게, 그리고 Y에게 주어진 업무는 사실 혼자서 하기에 벅차다. 질적으로 말고 양적으로. A야 음반제작이나 프로듀싱, 뮤지션 관리에 특화되어 있으니 회사의 나머지 업무는 다 나와 Y의 차지. 그러다보니 Y는 이사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일보다는 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내 불만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Y의 처지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의 역량 이상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에게 이사로서의 역할을 원하고 있다. 내가 시키는 일 말고 이사로서 회사에 이로울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생각해내서 먼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 난 그런 걸 생각해서 그에게 이사라는 타이틀을 준 것이다.


  학창 시절 사회문화 과목에서 배웠던 역할의 내적 갈등을 이렇게 살면서 직접 체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사가 커져서 역할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게 회사 내에서 단일한 역할만 수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커져만 가는 역할 갈등에 골머리를 앓는 요즘이다.


  이 상황을 절묘하게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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