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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May 02. 2020

아는 사람에게 하는 영업은 힘들어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2월 20일 목요일

  유튜브를 시작한 지 6년이 되었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대세가 되기 전이었다. 나름 빨랐다. 유튜브에 올린 최초의 동영상은 ‘훈남하이 크리스마스 특집 – 훈남하이 in 크리스마스 예고편.’ 2013년부터 시작한 라디오 팟캐스트 ‘훈훈한 그 남자의 하루 이야기 – 훈남하이’의 나름의 인기에 힘입어 그해 크리스마스에 특집이란 걸 해봤고, 지금은 아나운서 및 방송 필드에서 맹활약 중인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촬영을 했었다. 그 때 촬영과 편집을 혼자 도맡아했던 친구는 대학교 후배였는데, 우리나라 최정상 걸그룹 멤버와 이름이 똑같아서 기억에 오래 남는 친구였다.


  당시 PD의 꿈을 갖고 있던 그는 흔쾌히 나의 부탁을 수락했다. 코 꿰인 거지. 그는 한 필의 말로 적진을 누비는 삼국지 속 장수처럼 2013년 크리스마스 즈음 국립중앙도서관의 한 공간에서 훈남하이 식구들을 진두지휘하며 열심히 촬영을 하고, 혼자서 한참을 고생하며 편집을 했다. 굉장히 아마추어틱했지만 재밌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오늘, 그와 오랜만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훈남하이 크리스마스 특집 이후 한 차례 식사를 한 뒤 처음 함께 한 자리였다. 그 이후 그는 PD 준비하느라 바빠지고, 나도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아나운서 일을 하고, 회사를 차리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 사이 그는 한국 방송의 중심지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서 일하는, 한 유명 방송국의 PD가 되어 있었다. 물론 소식은 이따금 들으며, 보다 더 이따금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회사를 하다 보니 모든 만남이 일종의 영업처럼 되었다. 그걸 상대에게 밝히진 않지만 말이다. 모든 만남의 범주에는 공적인 자리는 물론이거니와 사적인 자리도 모조리 포함된다. 이 글을 본 누군가가 나와의 만남에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는 별개로 사실은 사실이다. 아마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들은 모두 공감할 거라 믿는다. 오늘 이 후배를 만난 것에도 사실 영업의 연유가 과채음료 속 생과일 양만큼 들어가 있다. 그는 방송국 PD, 나는 연예기획사 대표. 너무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그림 아닌가?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서 만난 그는 역시 PD답게 뭔가 피곤에 쩔어 있었다. 역시 PD 스멜.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난 간간히 그의 회사 내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게 내 상황을 잽으로 날렸다. 뮤지션 이야기, 공연 기획 이야기, 음반 이야기 등 그의 일과 업무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것들을 혀에 실어 툭툭 내뱉었다. 물론 이런 자리에선 잽으로 그쳐야 한다. 대놓고 청탁을 하거나 원하는 걸 말하는 순간 분위기는 마치 지코의 히트곡처럼 ‘겁나 싸해’진다.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에서 아닌가 싶을 정도의 미묘한 대화가 중요하다. 단점. 그러다보면 급 피곤해진다. 역시 사업은 힘들어. 모든 상황이 연출이고, 그러다보니 모든 상황이 긴장의 연속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세일즈보다 아는 사람에게 하는 세일즈가 더 어렵다. 모르는 사람에게야 그냥 얼굴 철판 깔고 해달라고 읍소하면 되지만 아는 사람에겐 그럴 수 없다. 관계의 연속성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꽤 크다. 어떻게 하면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를 잘 세일즈할 수 있을까? 고민의 연속성도 절대 끊어지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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