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하이 김대표 May 26. 2020

대표의 힘듦 VS 회사원의 힘듦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일기 - 3월 4일 수요일

  일산에 있는 한 은행에 갔다. 사무실 건물에 K은행, S은행이 있고, 반경 1km 안에 10개가 넘는 은행들이 있는데 일산까지 왜 갔냐고? 친구가 있다. 은행은 확실히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공간이라 냉정한 돈의 세계가 점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정이 살아있는 곳이다. 친구가 있으니 금리도 우대로 해주고, 상품 소개도 잘 해주는 등 거리가 멀어도 갈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오늘은 친구가 일하는 은행에게 대출받으러 왔다. 코로나19 특별대출. 그런데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세 배는 긴 것.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코로나19 전과 코로나19 후로 나뉠 거라고 하는데, 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코로나19 중도 많이 변했다. 후에 정신 차리면 늦을 터. 진행 중인 지금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대출 업무를 진행하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결혼한 친구라 자주 보기 어려우니 이럴 때라도 만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 중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의 힘듦과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의 힘듦에 대한 주제가 꽃을 폈다. 둘 다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기가 더 힘들다고 징징거리진 않았다. 모두가 다 힘들겠지. 나도, 너도, 모두가.


  확실히 회사원은(누군가에게 월급 받는 모든 사람을 회사원으로 총칭하기로 한다) 눈칫밥이 생명이다.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종종 퇴근 후에도 잘 도정된 눈치로 밥을 지어야 한다. 사업하는 사람도(누군가에게 월급을 주는 모든 사람을 총칭하기로 한다) 눈치를 보긴 매한가지이다. 직원 눈치를 안 볼 것 같지만 엄청 본다. 직원을 모으게 만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책임감을 강화시켜 직원의 모든 것에 눈치를 본다.


  회사원은 시간에서 자유롭지 않다. 출퇴근의 굴레에 얽매여있고, 일과 시간에 업무가 아닌 자신의 일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에서도 역시 눈칫밥이 동아줄이다. 사업하는 사람도 시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에게 일과 시간과 쉬는 시간의 경계는 꽤 모호하다. 출퇴근 시간이 명시되어있지 않은 대신 밤 12시가 넘어도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문득 돌아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모니터 창에서 고개를 들면 해가 뜨고 있다.


  회사원의 감정적 기복은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한다. 상사에게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았다가 보고서의 토씨 하나에 까이면 이게 이 정도로 혼날 일이냐고 속으로 따지며 꿀꿀해진다. 그러다가 커피 한 모금에 기분이 살아났다가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가 발견되어 야근의 각이 설 경우 오늘 하루는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의 화살표가 아래로 향한 메시가 되고 만다. 사업하는 사람 역시 하루에도 수시로 발생하는 감정적 기복의 파도에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월급날을 기준으로 가장 큰 파도가 몰아치곤 한다. 탄탄한 회사라면 모를까 많은 회사들의 대표들은 월급날을 두려워한다. 스타트업일수록 더 심하고, 나는 그 프로토타입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대출 진행이 완료되었다. 어렵게 받은 이 돈을 잘 아껴 써야지. 그런데 코로나19가 몇 달 안에 잠잠해지지 않으면 모든 게 깜깜해진다. 제발 모두가 건강해지길.

작가의 이전글 릴리 프랭키의 [도쿄 타워]를 읽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