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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Jun 02. 2020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를 읽었습니다

김대표의 독서 일기

황제를 위하여 1 - 이문열, 민음사, 한국, 2019년 9월 3일 ~ 9월 5일

황제를 위하여 2 - 이문열, 민음사, 한국, 2019년 9월 5일 ~ 9월 6일


세계문학전집시리즈로 권위있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 처음 나온 한국 작가의 장편소설.


물론 김동인, 김동리 등이 중심이 된 한국단편문학선은 선보인 적 있지만 장편소설로는, 그리고 생존작가로는 처음이다.


그만큼 황제를 위하여가 갖는 위상은 꽤 크다.


정감록에 대한 취재를 명받은 한 잡지기자가 계룡산 자락에 들어가 취재를 하던 중 우발산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남조선이라는 나라의 황제에 대한 실록을 이야기듣고 그 실록을 전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현대소설이라기보단 근대소설의 다소 옛스러운 방식을 갖고 있다.


최근에 읽었던 조정래의 아리랑과 시대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같은 배경이 1권에 길게 나오는데 이문열 작가의 독특한 구성이 참 매력적이다.


내내 어려운 중국 고전 이야기가 한자어와 함께 나와서 조금 힘들었지만 역시 이문열 작가는 글을 탁월하게 잘 쓴다.


1권 말미에 황제의 영역에 들어온 공산주의자 이현웅과 황제의 신하가 된 신지식인 김광국의 대화가 굉장히 흥미롭다.


김광국은 황제를 미치광이로 보고 그를 축출하려는 이현웅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형의 유물사관이나 그분의 천명이나 그것이 어떤 필연성에 의지하고 있는 점에는 똑같은 발상이 아니겠소?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대한 이형의 신념과 정열이나 그분의 정감록에 대한 믿음과 그 실현을 위한 노력이나 또한 크게 다를 게 무엇이겠소? 이상적인 형태로만 실현된다면 어떤 이념과 체제이든 국민들에게 복이 될 것이고, 그것이 악용되기 시작하면 그 어떤 아름다운 이념과 체제도 국민들에게는 다만 고통스런 멍에에 지나지 않을 거요.”


세상을 바라보는 이문열 작가의 엄청난 통찰력이다.


2권을 바로 집었다.



황제를 위하여는 마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같다.


황제는 돈키호테, 그리고 그 주변의 우발산, 두충, 변약유 등은 산초. 그들의 세상에서 그들은 행복했고, 호기로웠고, 분노했으며, 끝까지 함께였다.


완전한 액자식 구성으로 도입부를 열었던 기자가 끝부분에 전면으로 등장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런 걸 다 떠나 일제강점기 직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의 황제의 삶은 참 흥미로웠다.


수많은 중국 고전의 이야기를 보며, 그리고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한 나를 돌아보며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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