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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Jun 01. 2020

대표와 직원의 관계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6일 금요일

  콘텐츠 민주주의 김도연 대표가 왔다. 한국건축보물찾기 동궁과 월지편 녹음을 했다. ‘신라 서라벌의 역사를 간직한 천년의 고도, 경주’로 시작해서 ‘ 신라 흥망성쇠의 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궁궐과 연못, 동궁과 월지, 한국건축 보물찾기가 발견한 네 번째 보물이었습니다.’로 끝나는 10분 정도 분량의 내레이션 대본은 더할 것도 뺄 것도 하나 없이 완벽하다. 특히 워낙 대본을 깔끔하게 잘 써서 발음을 하는데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이 하나도 없다. 역시 방송국 PD출신답다. 이렇게 칭찬을 해줬으니 나중에 뭔가 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시답지 않은 농담이다.


  녹음을 끝내고 Y까지 셋이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찌개. 체인이지만 정성이 담겨 맛있는 곳이다. 술을 좋아하는 도연이는 자연스레 소주를 주문하고, 난 술을 못하니 Y가 함께 잔을 주고받는다. 회사를 같이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난 술을 못하니까 네가 내 술상무 해줘”라고 던졌던 농이 진담이 됐다.


  드렁큰 타이거 노랫말처럼 ‘한잔 두잔 비워내는 술잔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제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이야기는 점점 깊어갔다. 나는 술을 마시진 않지만 본래 술 마신 사람보다 더 술 마신 사람 같을 때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대표 둘에 직원 하나.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강물은 대표와 직원과의 관계라는 호수로 흘러갔다. 대표와 직원과의 관계.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대표와 직원과의 관계. 섬세하고도 잔인하며, 냉정하고도 따뜻한 관계. 특히 우리 회사에서처럼 직원의 수가 많지 않고, 그 직원이 대표와 친구라는 특수 관계로 이뤄져있는 경우라면 그 섬세함과 잔인함, 냉정함과 따뜻함의 농도는 보다 끈적끈적해져 서로에게 덕지덕지 묻기 마련이다. 그리고 온 몸에 붙은 흔적들은 서로에게 굉장한 전우애와 상처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지금 나와 Y의 관계가 그렇다.


  도연이네 회사도 우리 정도는 아니지만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분께서 원래 도연이 지인이고, 또 도연이보다 나이가 많아서 비슷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명쾌한 해결책을 갖고 계신 분들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시길 바란다. 단,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은 빼고. 수도 없이 공과 사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게 말만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더라.


  사실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걸 어렴풋이 안다. 기시미 이치로의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미움 받을 용기’를 갖되 마이클 싱어의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소주 한 병의 무게감이 잔에 조금씩 나뉘어져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명랑한 소리를 내는 공병이 되었다. 우리들 마음도 그러지 않을까? 갖고 있는 무게를 억지로 견디지 않고 주변에 조금씩 나뉘어주기. 그리고 상대의 무게를 내가 조금은 껴안기. 그렇게 하면 질량총량의 법칙 때문에 실제 무게가 달라지진 않더라도 마음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우린 서로의 무게를 잔에 담아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실제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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