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하이 김대표 Jun 04. 2020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사서 스트레스를 버는 것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9일 월요일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 소풍. 오늘은 우리 회사 소풍가는 날이다. A는 개인 스케줄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어서 Y와 둘이 떠난 서해안 바다.


  며칠 전부터 힘들어하는 Y. 바람을 쐬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루 날 잡고 업무 없이 소풍을 가기로 했다. 제부도에 갔다가, 대부도를 지나 영흥도까지, 그리고 오이도를 지나 시흥에 있는 한 아울렛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동선. 섬들이 가득한 걸 보니 오늘의 우리는 섬섬옥수이다.


  들어갈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져있는 제부도에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바다를 보고, 대부도에 들어가며 또 바다를 보고, 영흥도에 있는 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보고, 오이도에 가서 또 바다를 보고. 바다 바다 바다. 나는 물론이고 바다 근처에 사는 Y도 바다를 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나보다.  


  바다. 입에 머금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존재, 바다. 모든 감정을 다 포용하고도 더 없냐며 철썩철썩 파도를 보내는 바다. 오늘은 그런 바다에 모든 힘듦과 고통을 던져버리고 가리라.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정말 사서 스트레스를 버는 일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과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다. 사람과의 관계,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 체계적인 관리, 번뜩이는 영감 이 모든 게 잘 버무려져야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게 회사이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해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스트레스에 강한 성격이라 다행이지 조금만 취약했어도 나는, 그리고 회사는 무너졌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쉼표가 중요하다. 오늘은 짧지만 우리 회사의 문장에 쉼표를 찍는 날. 나도 Y도 많이 편안해졌다.


  그나저나 우리 집 앞 빌딩에 있는 콜센터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정말 바로 집 앞이다. 내 방에서 그 빌딩이 바로 보인다. 안 간 지 몇 주 됐지만 그 건물 1층엔 단골 스타벅스도 있다. 사무실하고도 거리가 멀지 않다. 신도림 전체가 비상이다. 우리도 발맞춰 결단을 내렸다. 재택근무. 특별한 미팅이 있지 않는 한, 특별히 만나서 뭔가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매일이 새로운 환경의 연속이다.

작가의 이전글 로베르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을 읽었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