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오셀로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영국, 민음사, 2019년 9월 11일 ~ 9월 12일
학부 시절 이경원 교수님의 셰익스피어 수업때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작품, 오셀로. 유일하게 작가 이름이 수업 이름이 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인만큼 그의 중요도는 영문과에서 엄청났고, 학부 내내 나는 그의 유령에 휩싸여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하니 셰익스피어는 나에게 애증의 인물이었고, 그의 여러 작품들을 수도 없이 봤지만 도무지 잡히지 않는 그의 세계는 멀고도 험난했다.
셰익스피어 시간말고도 오셀로를 접했던 수업이 있다. 바로 근대성과 오리엔탈리즘. 오셀로는 서구 유럽인들이 그들과 다른 종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 유일하게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왔으니 이 작품이 주는 무게감은 굉장했다.
오랜만에 오셀로를 읽으니 학부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영문과 과목들은 대개 학점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수업을 듣긴 들었다고 읽다보니 배운 내용들이 하나 둘 기억이 나고, 나름의 분석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생경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오셀로는 학부 최종철 교수님이 번역을 하셨다. 책 서문과 해석 역시 최종철 교수님이었고, 귀찮으셨는지 아니면 보다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해석은 교수님의 오셀로에 대한 논문으로 대체하셨다. 교수님은 오셀로를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아니라 이분법적 시각에서 분석하셨고, 그 역시 꽤 타당하며 흥미로운 사고였다. 오셀로, 이야고, 카시오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분법 사고를 갖고 있는 극단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탈이분법적 사고를 보여준 안쓰럽고 아름다운 데스데모나의 희곡 속 영혼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