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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Jun 20. 2020

류츠신의 [삼체]를 읽었습니다

김대표의 독서 일기

삼체 1부 삼체문제 - 류츠신, 중국, 단숨, 2019년 10월 17일 ~ 10월 19일

삼체 2부 암흙의 숲 - 류츠신, 중국, 단숨, 2019년 10월 19일 ~ 10월 22일

삼체 3부 사신의 영생 - 류츠신, 중국, 단숨, 2019년 10월 22일 ~ 10월 27일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대표작.


오바마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의 스케일이라고 말했을 만큼, 2012년 노벨상 수상자 모옌이 나로서는 결코 할 수 없었을 소설이라고 극찬했을 만큼 대단한 책이고, 읽고 싶은 책이었다.


드디어 읽었다.


내가 소감을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과 지적 세계, 상상력을 갖고 있는 소설이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물리적, 우주공학적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쓰는 것도 대단할 뿐더러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컴퓨터 엔지니어가 쓴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흡입감은 류츠신이 왜 8년 연속 중국 과학 소설계 최고 권위의 SF 은하상을 수상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삼체라는 우주문명과의 조우를 다루는 이 소설은 생명체의 본성은 선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큰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에 실망해 삼체를 믿는 인간들과, 그 인간들을 정복하려는 삼체문명간의 만남이 다음 권에서 이어질 것 같다.


이 책이 매력적인 건 과학소설이지만 결국 인간 본성을 다루는 철학적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어서라고 생각된다.


1권은 430페이지가 넘고 2권은 무려 700페이지이다.


하지만 설렌다.


2권을 바로 폈다.



삼체 시리즈는 연작이지만 1,2,3권이 정교하게 이어지진 않는다.


류츠신이 연작으로 구성했지만 단권으로도 이야기가 될 수 있게 절묘하게 구성해놓았다.


1권 삼체문제에서는 삼체 문명의 존재와 그들의 침략이 진행중인 가운데 발생한 인간세계의 좌절과 공포를 이야기했다면 2권 암흑의 숲에선 삼체문명과의 만남이 가까워온 가운데 발생하는 인간세상의 갈등을 다룬다.


또한 배경도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먼 미래.


이렇게 미래 세상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싶다.


2권의 끝은 희망이었다.


면벽자 뤄지의 마지막 저주가 통했고, 무시무시한 힘의 삼체 문명과 타협을 이뤄낸 채 끝났다.


이 소설의 진정한 면은 미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내고, 그 세계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했다는데 있다.


원자공학, 물리공학, 생명공학, 양자역학 등 과학의 모든 장르가 적재적소에 녹아있었고, 문과 출신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해놓았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 더 많지만.


이 작품이 세계적인 대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품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서이다.


이 책은 SF 장르이지만 철학소설이기도 하고,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위기 상황에 봉착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다양한 인물의 입을 빌려 다양한 해석을 한다.


또한 문명간 갈등, 세대간 갈등, 부와 빈의 갈등 등 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 역시 어렵지 않은 문체로 풀어낸다.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이제 마지막 3권이다.


3권은 더 두껍다.


800페이지이다.


바로 3권을 들었다.



8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밤하늘을 보고싶었다.


난 칠곡의 한 모텔방에 혼자 있었고, 창문을 열어 새벽 2시의 하늘을 봤다.


차가운 바람이 일순 방을 가득 채우고, 그 한기가 살짝 가라앉을 때쯤 하늘에 점점이 수놓아진 별들이 눈에 들아왔다.


청신과 관이판, 그리고 지자가 탄 우주선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 계속 하늘을 바라봤다.


류츠신은 해냈다.


그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세계의 모든 확장을 류츠신이 보여줬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게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을만큼 이 책은 지식의 체계로도, 상상의 체계로도, 철학의 체계로도, 윤리의 체계로도 어마어마한 책이다.  


류츠신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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