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16일 월요일
한 때 SNS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오글거리기 그지 없는 이 말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풋풋한 학생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던 말인데, 사실 그 시작은 싸이월드 때부터였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그 말은 시간을 지나 매체와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 이른바 진리나 다름없는 말로 각 시대의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사실 말 자체가 오글거려서 그렇지 진리는 맞다. 우리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는 익숙함에 속아 그 익숙함을 전송하는 상대의 메시지에 성의 없게 대하곤 한다. 그러다가 지친 상대가 떠난 순간 소중함을 잃었다고 자책한다. 그렇다면 다신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린 또 새로움을 만난 순간 리셋된 컴퓨터처럼 모든 걸 잊고 다시 상대에게 물들어가고, 익숙해져간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특성인 것 같기도 하다.
주로 연인 관계에 사용하는 이 말은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가족, 친구, 동료, 형제 등등.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면 편안해지고, 그 과정에서 그들 존재의 소중함은 옅어져간다.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악화일로가 된 순간 그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고, 노력을 해보려하지만 그 땐 이미 늦었다.
Y에게 짜증이 늘었다. Y도 나에게 마찬가지의 감정인 듯하다. 세상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서 하나의 경제적 목표를 위해 움직여야하는 공동체에 뛰어든 사이가 되었고, 그 관계는 약간은 수직적이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필연적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내 마음을 알 거라 생각하고 막 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은 지나치게 상했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로의 말과 행동, 심지어 존재 자체에 짜증이 나곤 했다.
상상해봤다. Y가 없으면 어떨까? 아찔했다. Y가 없다고 해서 내가 죽거나, 회사가 망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Y의 공백을 메꾸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분명 버거울 것이다. 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와 사업을 하는 건 실로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한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이제 물러설 수 없다. 그렇다면 실로 쉽지 않은 일을 묵묵히 버티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는, 그 오글거리는 말의 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