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12일 목요일
지난 해 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즉각 돈 되는 일과 즉각 돈이 되지 않지만 돈이 되게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하는 일 중 후자의 비중이 더 높은, 소위 순도가 낮은 바쁨에서 돈 되는 일이 밀려들어오는 순도 높은 바쁨. 물론 절대적인 액수 자체는 적기 때문에 내 회사가 급성장을 하거나 내가 부자가 된 건 아니다. 그래도 매출이 올랐고, 비용보다는 수익이 늘었다는 것? 그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존재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와 다를 바 없었다. 상상 속에서만 볼 수 있었으니까.
홀로그램처럼 보였던 환상 속 동물 켄타우로스가 갑자기 실체가 되어 내 몸을 들이받았다. 코로나19라는 이름을 달고. 그렇게 내 바쁨의 비중은 급격하게 순도가 떨어지는 바쁨으로 채워갔다. 어떻게든 돈이 되게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쳤다. 불투명한 미래.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 이게 맞나 하는 불안감.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깊이를 확인할 수 없는 바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 외엔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순도 높은 바쁨이 몰려든 하루이다. 우리가 요청을 해서 될까 말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에게 요청을 해서 설레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
지난해부터 합을 맞춰온 한 사단법인 협회와의 미팅, 그리고 XX구청과의 미팅이 연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협회에서는 서울시 사업을 우리와 함께 하길 원하고 있으며, XX구청은 올해 하반기에 있을 축제를 우리와 함께 하길 원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모토 중 하나는 정직한 최선이고, 내 모토 중 하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이다. 일을 하면서 돈으로 장난치지 않고, 일단 일을 하기로 했으면 그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뽑아내는 게 회사의 마음가짐이다. 내 삶도 그렇다. 하루하루 속된 말로 X나게 열심히 살면 그 걸로 끝, 인생은 되는대로, 긍정적인 방향성을 갖고 흘러갈 거라는 생각. 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당장은 더딜지 몰라도 이제 4년차가 된 지금 슬슬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듯하다. ‘이 회사는 장난치지 않을 회사야’, ‘이 회사는 뭘 맡겨도 최선을 다해’, ‘이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 아. 물론 마지막 말은 내 희망사항이다.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앞에 두 말은 들어본 말이긴 하다. 어쨌든 그렇게 회사를 운영하고 삶을 살다보니 당장의 수익은 없어도 이제 슬슬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무사히 두 미팅을 마무리했다. 협회와는 연말 협회 행사를 함께 기획하기로 했고, XX구청과는 한 기관의 공모사업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 켄타로우스에서 실체가 된 코로나19 때문인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순도높은 바쁨이 참 반갑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난 여전히 아등바등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점은 있다. 깊이가 가늠이 된다는 것. 내 발이 닫진 않지만, 굉장히 깊지만 그래도 깊이감을 느낄 수 있게 그만큼 미래는 불투명한 막을 조금은 제거했으며,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약간은 명쾌해졌고, ‘이게 맞나’라는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었다.
회사의 마음가짐대로, 내 모토대로 누군가가 우리를 찾아줄 때 실망시키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낼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