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식습관의 인문학 - 비 윌슨, 영국, 문학동네, 2019년 12월 19일 ~ 12월 24일
요새 미드 워킹데드를 다시 정주행이다. 좀비들로 인해 인간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곳에서 생존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미드는 사실 좀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고, 가치관이 충돌될 때 어떤 가치관을 따를 것이며, 인간과 인간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장을 통해 인간의 무자비함과 양심을 보여준다. 영국의 유명 음식작가 비 윌슨의 식습관의 인문학 리뷰에서 왜 갑자기 통조림과 토끼고기만이 남아있는 워킹데드 이야기냐고?
주인공 릭 그라임스가 부인인 로리를 잃고난 뒤 동료와 과거 행복했던 주말 아침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말한다. 일요일 아침은 늘 로리가 팬케이크를 구웠고, 그 팬케이크는 맛이 별로 없었지만 로리는 한사코 일요일 아침마다 펜케이크를 구우려 했다고. 그녀가 꿈꿨던 건 일요일 아침마다 단란하게 모여서 팬케이크를 먹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었다고. 인간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릭은 음식을 통해 과거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습관의 인문학은 음식과 식습관이 인간 세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회상의 매개체로 음식은 단연 우선순위에 꼽힌다. 읽는 내내 어머니가 어렸을 때 튀겨주신 돈까스, 그리고 참치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가 생각이 났다.
또한 이 책의 포커스는 아이에게 음식을 어떻게 먹이고 식습관을 어떻게 길들여줘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기억, 어린이 음식, 음식 먹이기, 형제자매, 배고픔, 섭식장애, 변화 등의 챕터를 통해 비 윌슨은 단순한 가이드를 넘어서서 그녀만의 음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그리고 재미있고 풍부한 사례들을 덧붙여 우리의 식습관이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준다.
올해가 가기 전에 어머니께 참치가 가득한 김치찌개를 부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