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문학사상사, 2019년 12월 28일 ~ 12월 29일
외국에서 살아본 적은 없다.
여행만 꽤 갔다 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외국어가 주는 슬프고도 기묘한 감정을 느낀 적이 꽤 있었다.
2007년 내 인생 처음으로 모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렸던 저 먼 두바이와 이집트에서, 2011년 영문과임을 창피하게 만들었던 미국에서, 2018년 다양한 언어가 혼재돼 절로 뇌에서 삐질 땀을 흘렸던 유럽에서 모두 그런 감정을 느꼈다.
모국어로는 자명한 모든 체계와 사고가 외국어를 거치는 순간 세 살 아이보다도 순진해지고 투명해지는 나를 바라보며 참 슬펐다.
비슷한 감정을 나보다 이삼십여 년 전 그도 똑같이 느꼈나보다.
그는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 미국에서 살면서, 외국이라는 곳에서 거주함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생각들을 에세이로 쓴 책이다.
표제작 슬픈 외국어를 포함해서 굉장히 뛰어난 수필 열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명징하고도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줄 아는 그의 재능이 참 부럽다.
하루키에게 푹 빠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