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고골, 러시아, 민음사, 2020년 1월 26일 ~ 1월 30일
학부 새내기 시절 교양필수로 문학입문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프랑스문학, 독일문학, 러시아문학 등 유럽의 주요 국가 문학을 개관식으로 훑어보는 입문용 수업이었는데 러시아문학파트에서 고골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주 수업은 이반 데니스비치나 숄로호프 등 근현대 작가의 작품을 다뤘지만 중간 중간 교수님은 러시아 문학가 이야기를 해주셨고, 고골은 당연히 빠질 수 없는 인물이었다. 또한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작품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고골이 러시아 문학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엄청나다.
고골이 뛰어난 점은 인과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고전문학의 문법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고골의 대표 단편 다섯 개를 모아놓은 단편집인데 수록작인 코, 외투, 광인일기, 초상화, 네프스끼거리 모두 사건은 어떤 인과관계 없이 갑자기 시작되고 갑자기 종결된다. 역시 새로운 시도는 여러모로 존경을 받는다. ‘코’는 카프카보다도 먼저 나온 변신을 주소재로 하는 명작으로 고골의 상상력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굉장히 환상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현실적인 느낌이 전혀 없어 작품 속 내용처럼 코가 꼭 걸어다닐 것만 같다. ‘네프스끼거리’에서 보여준 고골의 거리에 대한 묘사력은 엄청나다. 마치 내가 뻬쩨르부르그의 가장 유명한 거리인 네프스끼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상과 상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히 전달하는 고골의 웃기고도 무서운 이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언젠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 뻬쩨르부르그(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추가하게 만들었다. 가서 작품 속에 나온 곳들을 거닐며, 그 곳 카페에 앉아 고골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러시아 문학의 어려운 점은 등장 인물의 이름이다. 한 명의 이름이 여러 식으로 표현된다. 언제쯤이면 척하면 척 알아차려서 앞 장으로 다시 안 가고 바로 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