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하이 김대표 Jul 18. 2020

잉태된 계약이라는 아이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23일 월요일

  부쩍 XX구청 미팅이 잦아졌다. 희소식이다. 자꾸 만나면 뭐라도 생긴다. 얼마 전 XX구청에서 요청한 PT건에 대한 미팅인데,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몸은 여유롭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한 답답한 일상에 그래도 버틸 수 있는 말 한마디가 기분이 좋다. 설령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회의를 하는 도중 갑자기 구청 주무관의 얼굴에 어려운 표정이 떠오른다. 휴대폰을 본 직후이다. 어떤 일일지 궁금했고, 또 걱정이 됐다. 틀어지는 건 아닌지. 주무관이 말없이 휴대폰에 온 문자를 보여줬다. “이번 주에 예정되어 있던 XX의 PT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예방차원으로 2주 뒤로 연기되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었다.


  PT 연기는 장단점이 있다. 예정된 일정이 틀어진다는 것 자체가 단점이고, 또 긴장의 끈이 살짝 풀어진다는 면도 있지만 그만큼 보완하고 준비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 억 단위가 넘는 PT이기 때문에 준비야 철저할수록 좋다. 이번 주 꽉 조였던 벨트를 살짝 풀고 여유롭게,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


  미팅이 잦아졌다는 암시적 희소식 말고 진짜 희소식도 있었다. “대표님. 이제 본격적인 계약 이야기 하시죠.” 그렇다. 계약이다. 계약은 한자로 맺을 계(契), 맺을 약(約)을 쓴다. 쌍방 사이에 있는 관련된 모든 내용을 맺고 또 맺는 것. 우리는 용역과 서비스를 약속하고, XX구청은 돈을 약속한다. 그렇다. 계약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올 해가 시작되고 3개월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돈 한 푼 벌지 못했던 회사에 조금이나마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물론 계약 논의가 구체화된다고 해서 즉각 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심지어 구체화된 논의가 어느 순간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허상에서 실체를 갖게 되는 그 과정 없이 계약이 체결될 순 없기 때문에 구체화되는 과정이 정말 소중하다.


  실체가 생겨나고 있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분명 우리 회사에게 큰 힘이 될 정도의 규모이다. 우린 잉태된 이 아이가 온전히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무궁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황석영의 [강남몽]을 읽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