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독서 일기
강남몽, 황석영, 한국, 창비, 2020년 1월 30일 ~ 2월 1일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대사이다. 해방 이후 서울의 발전을 읽거나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만큼 서울의 발전은 양적, 질적, 속도적 면에서 매우 놀랍다. 그 중에서 백미는 바로 강남이라는 지역의 발전사이다. 60년대만 해도 아무 것도 없던 허허벌판이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동시에 급속도로 개발되어 60년이 지난 지금 강남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황석영 작가의 강남몽은 바로 그 강남의 발전사를 축약하고 소설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읽다보면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모를 정도로 디테일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 있고, 등장인물 역시 허구의 인물과 실존 인물을 버무려 굉장한 사실성을 부여한다. 5개 장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에는 각각의 장마다 주인공이 있고, 그들 모두 한 사건과 연결되어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대 최악의 참사이자 도시 발전의 가장 어두운 면을 축약해서 보여준 삼풍 잭화점 붕괴 사건. 초등학생 때 접한 삼풍 백화점 붕괴 소식은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이었다. 그 때는 그냥 백화점이 붕괴된 사실이 무서웠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붕괴는 급속도로 발전하던 서울 특히 강남의 신화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그 일로 인해 강남 신화가 없어지진 않았지만 개발 일변도의 도시 개발 정책이 조금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황석영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시작되고, 개발독재에서 자본이 중심이 되는 개발로 변화한 시기와 맞물려 사회가 새로운 의식을 갖게 만든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을 지은 회사의 회장, 그의 첩,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 전국적인 주먹, 강남 땅투기꾼 등 다섯 명의 대표 인물들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이야기를 구성하는 황석영 작가의 치밀함이 대단하다. 또한 제목이 탁월하다. 백화점 붕괴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회사가 망하고, 사회가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강남의 지나치게 빠른 발전이 사람들의 허영심, 속물 근성과 버무려져 만들어진 하나의 꿈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