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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하이 김대표 Aug 19. 2020

인연을 소중히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3월 30일 월요일

  학부 시절 선배들보다는 후배들과 더 친했다. 네 탓 내 탓이 아닌 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04학번 선배들은 우리 학번보다는 위 선배들과 끈끈했다. 특히 02학번 선배들과. 그러다보니 우리 05는 자연스레 새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더 마음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05학번과 06학번은 친하다. 그래서 그런가 06학번은 후배인 07학번보다 우리와 더 친했다. 이게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그렇다고 선배들이 싫거나 불편한 건 아니다. 그들을 좋아한다. 또 개별적으로 친한 선배들은 후배들보다도 더 친하게 지낸다. 그러니 이건 절대적인 일반화는 아니다. 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 그러니 이 글을 혹시 볼지 모르는 학교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학교 선배들에게 연락이 왔다. 개별적으로. 한 명은 02학번, 한 명은 04학번. 친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꽤 가깝게 지냈고, 불편하지 않는 선배들의 연락은 반가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약속을 한날 잡았다. 물론 역시 개별적으로.


  02학번 선배와 점심에 만나기로 했고, 04학번 선배와 4시쯤 만나기로 했다. 한 명은 자신이 회사에서 맡게 된 업무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고, 한 명은 자신이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에 내가 참여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반가우면서도 고마운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니까.


  사업을 하면서 참 여러 가지를 느낀다. 느꼈던 점이 공고화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며, 새로이 느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메인 테마는 인간관계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긴, 회사도 한자로 모일 회(會)를 써서 사람이 모임을 나타내고, 사업도 결국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니 내가 하는 일에 인간관계가 빠지면 섭섭하다.


  인간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 중에서도 인연의 소중함에 주목하고 싶다. 사회에 나오고, 또 사업을 하다 보니 부쩍 느끼게 된다. 인연의 소중함. 세상 수십억 개의 소우주가 자유로이 부유하다가 알 수 없는 계기로 부딪히게 되는 순간. 그 부딪힘은 때로는 아픔을, 때로는 설렘을 유발하고, 어떤 결과든 부딪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만다. 이를 나비효과라고 칭해도 될까?


  학부시절 여전히 어린 티가 묻어나는 소우주가 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여러 소우주와 한 공간에서 부유하다 멀어졌다. 그리고 기약 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 다시 만나 살짝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리고 그 부딪힘이 만들어낸 맑은 소리가 내 사업의 전진을 유도하는 알림음이 되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반가운 소리다.     


  늘 느낀다. 죄 짓지 말자. 사람에게 미움 받을 짓 하지 말자. 좋지 않게 모나지 말자. 진부한 클리셰지만 반드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소우주가 부딪힐 때 반갑게 맞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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