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관계를 잘 맺어야 하는 이유

초보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17일 금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한 허름한 순댓국집이었다. 약간의 고기 누린내가 위를 자극해 계속해서 허기를 쪄내고 있었다. 그 허기는 연기처럼 우리 주변에 자욱했다. XX문화재단 팀장님과의 식사였다. 팀장님이 자기가 종종 가는 순댓국집이라며 추운 날씨 십 여분을 걸어간 곳은 말 그대로 맛집 느낌이 가득한 식당이었다. 뭔가 팀장님의 숨은 공간에 초대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조금 더 친해진 느낌?


모든 회사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 같이 공연기획을 하는 회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좋게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관계에 있어서 정부나 지자체, 재단 등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이 크다. 그런데 대개 그 관계는 우리의 짝사랑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짝사랑의 특성상 우리 혼자만의 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번 XX문화재단과의 연애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 왔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일로 합을 맞췄고, 올 해에도 함께 하길 희망한다는 희망찬 말도 들었다. 현재 상황은 두 세 번의 데이트 후 우린 그 쪽에 완전 깊게 빠졌고, 그 쪽은 약간의 호감이 생겨서 우리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는 정도?


순댓국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 자리라 직접적인 일 이야기보다는 올해의 계획, 어떤 일을 같이 하고 싶은지 정도의 가벼운 주제가 식탁을 넘나들었다. 우리의 매력 어필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팀장님의 경청하는 자세가 괜히 든든했다.


관계의 중요성을 말한 책들을 쌓아보면 십 수 층은 족히 되는 빌딩 높이 정도는 될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야기와 실전은 엄연히 다를 터. 책에서는 얻지 못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실전을 통해 참 많이 배운다. 처음 자리를 갖게 만드는 방법, 그리고 공적인 위치에서 사적인 위치로의 초대, 주어진 관계를 유지 보수하는 법, 깔끔한 관계의 중단 및 정리 등 매일 관계에 대해 배우면서 많이 다치기도 하고, 엄지 척 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힘든 점은 심리적인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통의 메시지와 전화를 받다보면 사람이 전혀 없는 무인도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버리는 순간 우리 회사는 끝. 공연기획이나 매니지먼트도 결국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 받을 수 있는 주체들과의 관계를 잘 가져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생존의 길이다.

그래도 다행히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편은 아니다.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수많은 소우주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다보면 배우는 것도 많고, 얻는 것도 많다. 다만 요새 내 최고의 스트레스는 돈이다. 겨울, 특히 1,2월은 공연기획사로선 완전 비수기이다. 사업은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지만 우리 같은 영세한 기업은 ‘돈만 있으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요새 삼국지를 읽고 있는데, 군량이 부족해서 힘들어하는 장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남 일 같지 않다. 그런데 현존 최고의 스트레스인 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은 다름 아닌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맺는 관계에서 일이 생기고, 그 일이 돈을 벌어다주니 결국 잘 맺은 관계란 돈을 벌어다주는 시스템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내가 좋은 관계 맺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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