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에 대처하는 자세

초보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16일 목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친한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다. “대표님 협동조합 하나 같이 하실래요?” K대표님의 제안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늘 제안은 반갑다. 그 반가움은 생존기제에서 온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조와도 맞닿아있다. 아직 아무 것도 아닌 나에게 약간의 기회라도 될지 모르는 제안은 그래서 환영이다. 내가 잘 산 덕분인지 아니면 좋게 말해 함께 하기 편해 보이고 나쁘게 말해 호구처럼 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저런 제안이 종종 들어온다. 대부분의 제안들은 미처 생명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생명력을 얻어 뿌리를 내리고 표토 밖으로 빼꼼 하고 고개를 내민 제안들도 있다. 처음에는 잘 아는 내용의 제안들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 못할까봐 두려웠고, 폐 끼치는 게 싫었다. 그래서 거절한 제안들도 꽤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생명을 얻은 제안들이 내가 잘 모르던 분야의 제안들인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정말 잘 알아서 확신을 가졌던 분야의 제안들이 연료가 사라져 멈춰버린 경우도 있었다. 제안의 실행 유무는 내가 잘 알고 모르고의 문제에 있지 않았다. 의지의 문제였다.


우리 회사는 만들어진 지 3년 가까이 된, 여전히 애기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이다. 이제 막 엎치기를 했다고 하면 맞을까? 회사가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는 회사를 보고 일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대표를 보고 일이 들어온다. 즉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일 대부분은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 자체를 보고 들어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대표인 나를 보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오는 제안들을 실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로지 나의 능력에 달려있다. 그리고 제안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능력은 학습 등을 포함한 여러 방법으로 후천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거만하게 말해서 들어오는 제안들은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하면 된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그 원리를 몰랐다. 제안이 들어오면 두려움이 앞섰다. 내 깜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정해져있다고 여겼다. 그러다보니 기회들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를 탓했다. 내가 부족하니 기회들이 안 오는 거라고. 바보 같았다. 난 스스로 그 기회들을 걷어차고 있었던 것이다. 두려움도, 깜냥도 다 내가 만든 것인데, 난 내가 만든 감옥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얼마 전부터 끊기로 했다. 제안이 들어오면 내가 그 분야를 잘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지 하기 싫은지로 판단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으면 모르는 분야도 공부해서 잘 알 수 있게 만들면 되니까.


대표님에게 전화를 했다. “말씀하신 제안 감사합니다. 협동조합 한 번 같이 만들어보겠습니다.” 열흘 뒤, 부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벌써 새로운 기회에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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