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일기 - 1월 14일 화요일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 친구와 SNS 친구가 됐었다. 그 친구는 아이돌 출신이었다. 데뷔까지 한 듯 했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했고, 아이돌에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 친구였다. 종종 소식을 듣다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시작하면서 그 친구의 포트폴리오를 받았었다. 그 때 메신저를 통해 몇 마디 나눠본 바 자신이 곧 트로트로 전향을 할 거라고 했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경쾌한 트로트곡과 함께 트로트 가수로 데뷔를 했다. 그 친구에 대해 아는 바는 그가 보내준 포트폴리오에 쓰여 있는 한 페이지 분량의 정보가 다였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시장에서 자신을 만들어가고 세일즈해나가는 모습이 괜히 대견해보였다.
그 친구가 어느 순간 텔레비전에 보이기 시작했다. 미스터트롯. 대세 프로그램에 그 친구가 출연을 한 모습을 보고 사업가의 감으로 그 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이 또 시작되었다.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그는 정말 아이돌 같았다. 크진 않은 키지만 작은 얼굴에 훌륭한 비율, 그리고 약간 고음이면서도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이었다.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같은 병과는 아니지만 같은 분야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에 편의점 급속충전처럼 빠르게 친해졌다. 물론 그 친구의 붙임성도 한몫했다. 사업차 만났지만 마치 원래 알던 친구처럼 사업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친구의 개인사를 포함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우린 호형호제하기로 했다. 나보다 다섯 손가락 안 되게 어렸던 그 친구는 “형 우리 집 놀러 와요”하며 엄청난 친밀감을 보여줬고, 그게 너무 고마웠다. 힘든 연예계에 그래도 함께 의지할 수 있는 동생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스터트롯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새 우리 회사에 미스터트롯 출연진 섭외 관련해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식당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라는 말처럼 역시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는 친구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깜깜했던 방의 커튼을 확 펼치고 창문을 연 느낌이다. 연예계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힘든 세상 중에서도 정말 거칠고 어렵다는 바닥에 서있는 우리 둘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이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친구에 대한 응원 때문이다. 난 정말 이런 친구가 잘 됐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잘 풀려서 순식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이 되는 친구 말고, 정말 찌질하고 힘들고 버거운 삶이지만 그래도 그 찌질함과 힘듦과 버거움에 짓눌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두 발로 설 수 있게 노력하는 친구. 그 모든 아픔이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그 아픔을 이겨내려고 이 악무는 친구. 그리고 자신이 두 발로 섰을 때는 그 기쁨이 오롯이 자신의 덕이라고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친구. 이 친구는 그 모든 게 다 그래 보인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자신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돌에서 트로트가수로 전향하면서까지 자신의 두 발로 서보려고 노력하며, 결국 미스터트롯을 통해 자신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초심을 잊지 않고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공을 돌리는 모습. 그래서 난 이 친구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친구가 지금의 모습을 평생 간직했으면 좋겠다. 생각난 김에 만약 이 친구가 변한 모습을 보인다면 내가 줘패도되겠냐고 약속 받아야겠다. 물론 그 친구는 나에게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모습만 봐도 잘 할 것이기 때문에. 이 친구의 이름은 이도진이다. 미스터트롯에서는 30인에서 떨어졌지만 자신보다 앞 순위에 있는 그 어떤 친구보다도 잘 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도진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