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이 되는 일 VS 회사의 미래를 보는 일

초보대표의 좌충우돌 사업일기 - 1월 13일 월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콘텐츠 민주주의 김도연 대표가 사무실에 왔다. 그즈음 난 콘민에서 론칭한 ‘한국 건축 보물찾기’라는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고 있었고, 오늘 도연이는 그 녹음을 따기 위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면 늘 본업보다도 부업에 신경이 가기 마련. 본업인 녹음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끝나고, 부업인 하소연의 판이 길게 열렸다.


두 회사는 모두 자금 부족을 겪고 있었다. 물론 회사가 당장 오늘내일할 수준의 부족은 아니다. 현상 유지가 목적이라면 그 하소연의 판은 이내 접혔을 것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꿈이 크고, 그렇기에 두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을 수월하게 하려면 자금이 꽤 필요했다. 액수는 비밀. 물론 투자를 하시거나 후원을 하실 생각이 있다면 공개할 용의가 2,020% 정도 있다.


각설하고,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민주주의 모두 회사 초기에 겪게 되는 문제 지점에 봉착되어 있었다. 회사가 어떤 목적을 갖고 설립이 되어 돌아가려면 반드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이 초기 자본은 회사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 어쨌든 그 자본에 의해 회사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이 회사라는 것이 묘한 게 돈을 몸통에 덕지덕지 붙여놓고 있을 때는 자석처럼 다른 돈이 달라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꾸로 몸통에 붙여놓은 돈을 하나 둘 떼어서 쓰다 보면, 그 빈자리에 다시 달라붙는 건 돈이 아니라 초조함과 걱정인 경우가 많다. 즉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이 있을 때 회사가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이지, 여유 자금 없이 빡빡하게 쓰다 보면 회사를 휘감고 있는 초조함과 걱정 때문에 미션이 망가진 자동차처럼 덜커덩거리기 일쑤다. 즉 두 회사 모두 초기 자본을 뛰어넘을 정도로 돈을 벌지 못했고, 현상 유지는 가능한 수준이지만 돈이 돈을 불러 모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들은 고민을 한다. 회사의 목표와는 조금 다르지만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할까, 아니면 당장 돈은 벌지 못하고 힘들더라도 회사의 목표를 꿋꿋하게 지켜나갈까? 당장에 돈이 되는 것과 미래를 보는 것 사이의 가치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그런 지점에서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혹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하면 안 돼?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해보니까 이건 ‘안 해’의 문제가 아니라 ‘못 해’의 문제입니다. 우리 같은 갓 태어난 회사, 자금이 빵빵하지 못한 회사, 대표가 인턴이 하는 일까지 다 해야 하는 회사는 동시에 여러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에 돈이 되는 것을 좇으면 미래의 목표와는 조금씩 엇나가게 된다. 왜냐하면 당장에 돈이 되는 것은 가치를 보기보다는 돈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1cm의 차이가 나중에 가면 수 백 미터의 차이로 벌어진다는 건 당연한 이치이고, 한 번 정도야 일탈 아닌 일탈로 돈을 좇을 수 있지만, 그것에 맛 들려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의 설립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게 될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뭐일까요? 만약 궁금한 적이 없다면 지금 궁금증이 생겼다고 입바른 거짓말이라도 부탁한다.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는 2013년에 개설한 라디오 팟캐스트 ‘훈훈한 그 남자의 하루 이야기 – 훈남하이’에서 시작되었다. ‘훈남하이’라는 자못 민망한 이름은 바로 ‘훈훈한 그 남자의 하루 이야기’의 줄임말이다. 그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훈남하이 라디오 팟캐스트를 지친 일상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뜻이 어느 정도 통했는지 한창 방송을 열심히 할 때는 하루에 1만 명이 넘게 듣기도 하는 방송으로 성장했었고, 팟캐스트계의 전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의 순위를 앞지른 적도 있었다. 방송을 하면서 나 역시 감성에 젖어 힘든 아나운서 준비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고, 아마 방송을 들었던 사람들도 조금은 지친 삶에서 방송을 들으며 쉴 수 있었을 것이다.


훈남하이 엔터테인먼트의 목표도 다르지 않다. 우리 회사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버거운 삶의 무게를 조금은 그리고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길, 우리 회사가 기획한 공연을 보면서 그 순간이라도 좋아하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을 갖길, 우리 회사가 만든 영상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같은 감성에 젖어 들길 바란다. 회사를 세우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그 목표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조금 흔들린다. 듣는 이가 버거운 삶의 무게를 조금은 그리고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음악보다는 돈이 되는 음악을, 보는 순간 좋아하는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을 갖게 할 공연보다는 돈이 되는 공연을, 우리 회사와 같은 감성에 젖어들 수 있는 영상과 글보다는 돈이 되는 영상과 글을 하는 게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에 잠을 뒤척일 때도 있다. 자금 부족 때문에 허덕일 때는 “에이 아무 거나 돈 되는 거 들어오는 대로 하자”라고 했다가도, 또 루네나 싱크로니시티의 음악에 달린 댓글을 보면, 우리 공연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으면, 유튜브 채널 훈남하이TV의 구독자가 늘 때면 내가 조금은 느리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매일매일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중이다.


도연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에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할까, 미래를 위한 일을 해야 할까 사이의 고민은 끝을 모르고 평행선을 그리며 나아갈 뿐이다. 아! 결론이 난 게 하나 있다. 세 글자로 버.티.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그저 버티는 것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길 바라고, 그리고 그 내일의 내일은 내일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길 바라며, 온 힘을 다해 버티기.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거의 유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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